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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장에 ‘개혁 아이콘’ 김기식 내정.. 금융권 채용비리 등에 개혁 칼날 정조준

참여연대 출신 개혁 아이콘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인연.. 금융·재벌 개혁 공약 제안
긴장감 감도는 금융권.. 하나금융 채용비리 타깃
이건희 차명계좌 처리 주목.. 은산분리 완화는 어려울 듯

금융위원회가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다시 한번 민간 출신 인사인 김기식 전 의원을 차기 금감원장으로 내정했다. 금감원 신뢰도 제고와 속도감 있는 금융혁신 추진에 김 내정자가 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개혁의 아이콘'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한 김 내정자가 향후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 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개혁추진 힘받나

경성고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박원순 서울시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의원직을 수행한 김 내정자는 당시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재벌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내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은행법 소유 규제 비율 확대 등의 금융권 개혁법안과 재벌개혁 관련 정책과 공약 등을 제안했고, 금융권의 대출행태와 고금리 문제를 지적하며 금융권에 매서운 회초리를 갖다 댔다.

특히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반대, 대부업체 난립 문제 등을 지적하며 금융당국의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해 의원 시절 '정무위의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2016년 이후에는 더미래연구소장으로 문재인정부의 금융부문 개혁에도 힘을 쏟았다. 이 때문에 전임 원장이 외풍에 시달린 것과 달리 김 내정자는 청와대 및 여당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만큼 개혁 추진이 더 힘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산적한 과제…금융권 '긴장'

김 내정자의 개혁적 성향은 금감원에 강한 쇄신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청탁 연루 의혹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샀던 금감원의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가 부임하면 원내 임원 인사도 함께 단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하나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부터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문제 등이다.

금융업계는 김 내정자가 금융권 혁신 과제의 최우선으로 꼽히는 채용비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는 금융권 수장의 사임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물러나게 만든 사안이다. 금융감독원이 자존심을 걸고 대대적 수사를 했던 만큼 새로운 수장이 오면 이 문제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에 최성일 부원장보가 이끄는 특별검사단을 보내 최 전 원장 채용청탁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최 전 원장의 사임이 하나금융그룹과의 알력 다툼에서 비롯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내정자가 한층 속도감 있는 조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과징금 문제와 지배구조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부터 의원 시절까지 줄곧 재별개혁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그룹 등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감독체계와 역할 재편을 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내정자는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 부문을 떼어낸 뒤 금융당국과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 김 내정자가 의원 시절 은산분리 원칙을 강하게 고수한 것을 고려하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염원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업계의 현안으로 부상한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기업구조조정 작업에 대해서도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금융위와 함께 채권단의 입장을 조율하는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부실기업이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것에 단호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권은 김 전 의원 내정 소식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며 "쉽지 않은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금융권이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