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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해빙무드가 삼킨 선거판.. ‘정책·인물·이슈’가 없다

표정 엇갈리는 與野.. 민주, 해빙무드 최대 수혜·야권, 영남 등 수성 안간힘
정책·인물·이슈 ‘3無’.. 후보들 남북경협에만 올인, 전국적으로 네거티브 난무

6.13 지방선거가 14일로 꼭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좀처럼 바람이 불지않고 있다. 한반도 해빙무드가 대형 쓰나미급으로 선거정국을 집어삼키면서다. 상대적으로 선거에 대해선 국민적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책이나 인물경쟁보다는 흑색선전과 고소고발이 활개를 치고, 대형 이슈도 한반도 비핵화 이슈 이외에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비핵화 이슈는 북핵해법의 운명이 걸린 북미정상회담이 선거 하루 전날인 6월 12일로 일정이 확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중요한 가지지만 이런 사정에 이번 선거는 마지막까지 정치권만의 리그로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4.5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정치권이 국민적 지탄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지역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 與 대북이슈 등 '여유'...野 '불안감' 심화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여야의 표정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 비해 50%를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속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및 6.12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싸고 급변하고 있는 분위기가 지방선거에 유리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묻어난다.

반면 야권은 저마다 반전의 기회를 노리면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은 TK(대구.경북)이외에는 어느곳 하나 확실한 자신감을 내놓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대 격전지인 PK(부산.경남)은 영남권 교두보 확보에 나선 여권에 맞서 야권이 힘겨운 수성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빅3를 포함한 수도권 선거에서도 어느 곳하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충청권, 제주지사 선거 정도가 그나마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정도다.

■ 정책, 인물 대결 실종

정책과 인물대결은 실종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풀뿌리 지방자치를 지키고 발전시킬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현재의 정책 대결 실종사태를 놓고 안팎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여당에선 광역시도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보들이 남북해빙무드에 대한 기대감속에 저마다 지자체별 남북협력사업 등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일부 야당 후보들 조차 여기에 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인물 대결도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 여당에선 광역시도지사 후보는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까지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야당은 극심한 후보 인물난에 고심을 거듭하다 겨우 공천을 마무리했거나 아직 일부 지역은 후보조차 내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정당도 있다.

정책과 인물 대결이 실종된 빈자리에는 여야의 네거티브 전쟁만 극성을 부리고 있다.
주요 격전지에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묻지마 비방전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선거 일정(5월 31일부터)시작을 보름이나 남기고 벌써 전국적으로 거듭된 고소고발전에 선거 뒤에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묻지마 경쟁보다는 전국적으로 네거티브 전쟁을 지양하고 스스로 자정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자치의 발전을 이끌어야지 후퇴를 이끌어선 의미가 없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