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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공짜’ 골프가 문제될 게 없다는 집권여당

문대림 후보 골프장 명예 회원권 논란 선거 최대 쟁점 부각  
민주당 “당 조사 결과 문제없다…부풀리는 정치문화가 문제” 
원희룡, 직무 연관성 자료 공개…청와대·민주당에 입장 요구  

고위공직자 ‘공짜’ 골프가 문제될 게 없다는 집권여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문대림 예비호보의 골프장 명예회원권 수수 논란에 대해 "당 차원의 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히려 이를 부풀려 선거에 활용하는 정치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좌승훈기자] ‘한국 접대文化 바꿀 태풍이 온다’(조선), ‘3·5·10 시대’ 한국식 접대의 종언‘(중앙), ‘김영란法 합헌…400만명 적용받는다’(동아). 2016년 7월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조·중·동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한국식 부정부패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였다. '청렴혁명'이라고도 했다.

물론 이전에도 공무원 행동강령이란 게 있다. 공무원들이 청렴 유지를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사안이다. 2003년 7월부터 시행됐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향응이나 접대를 받는 것을 엄격히 금했다. 골프장 비용을 타인이 부담하는 '공짜' 골프도 예외일 수 없다.

실제로 2006년 3월 당시 이 모 총리는 회원대우와 함께 골프비 3만8000원을 골프장 사장이 대신 내주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렀다. 앞서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2005년 3월 국회의원과 장·차관에 대한 회원 대우를 없앤 것도 상기할 일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공짜' 골프 논란은 지금도 계속된다. 6.13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가 받았다는 골프장 명예회원권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 원희룡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에 부합하나?”

지난 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 대표까지 공방전에 가세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원희룡 예비후보도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 후보는 문 후보가 제주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과 제주도의회 의장,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골프장 명예회원권을 받고 '공짜' 골프를 친 데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원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이었으며, 촛불과 함께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로 가기위한 적폐 청산에 적극 동감한다“며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명예 골프회원권을 받고 9년(2009년~2017년)에 걸쳐 공짜 골프를 친 것에 대해 법적·도덕적으로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문 후보가 과연 도지사 후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압박했다.

■ 문대림 “경영난 '향토'골프장 홍보 차원…대가성 없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 차원의 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받아쳤다. 또 “명예 회원권을 받은 일 자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이를 부풀려 선거에 활용하는 정치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골프장의 명예회원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현재까지 해당 골프장의 명예회원이 500명 이상 위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영난을 겪던 '향토'자본의 골프장으로서, 홍보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일 뿐, 대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이어 "골프장으로부터 명예회원권 증서를 받은 게 아니고, 명예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라며 "제 잘못은 인정하지만 명예회원이 그렇게 거래가 되는 큰 특혜가 아니라는 것을 정중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 회원, 주중·주말 그린피 면제…골프빌리지 회원대우

명예회원권은 기존 회원권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언제든 정회원 또는 최소한 회원대우를 받을 수 있기에 아무나 주는 게 아니다.

T골프장의 경우, 1억3000만원 회원권은 정회원 1명과 가족회원 1명, 무기명 1명이 혜택을 받는다. 정회원에게는 주중·주말 그린피가 면제되며, 골프빌리지도 회원대우 혜택이 있다. 가족회원은 주중 그린피 면제, 주말 4만원이 적용된다.

T골프장 그린피는 2013년을 기준으로 제주도민은 주중 9만원, 일반인은 10만8000원이었다. 주말은 제주도민이나 일반인 모두 14만원이 적용됐다.

T골프장은 2005년 개장된 27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T골프장은 영업환경 악화로 인해 회원들이 제기한 입회금과 손해배상 소송으로 2012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4년 간 기업회생절차를 받기도 했다.

골프 회원권을 분양할 때 받는 예수보증금은 통상 5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회원이 반환요청을 하면 되돌려줘야 하는 장기부채다. 당시 T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규모는 930억원 수준이었다. 제주권 골프장 중 B골프장에 이어 두 번째 규모였다.

고위공직자 ‘공짜’ 골프가 문제될 게 없다는 집권여당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특권과 반칙',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인용하며, 문대림 예비후보의 골프장 명예회원권과 관련해 민주당과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 회원 수 684명…“명예 회원 수 500명 이상 말 되나?”

게다가 원 후보 측은 "T골프장이 2009년 11월 18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골프장 농약잔류검사 문제로 행정소송 중이라는 점이 부각됐고, 회의록에도 나오듯 당시 환경도시위원장이 다름 아닌 문 후보"라며 문 후보와 직무 연관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또 "문 후보는 T골프장의 명예회원만 5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지만, 정회원수가 684명인 골프장에 무료로 골프를 치는 명예회원수가 500명이 넘는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절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향후 사법당국의 수사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1년에 명예회원을 1~2명 위촉하면 모를까, 어떻게 회원제 골프장에서 그동안 500명이상 명예 회원을 위촉할 수 있는지, 기존 일반 회원들이 알면 큰 일 날 일이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6.13 제주도지사 선거는 초반부터 후보자 간 도덕성 검증을 놓고 연일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정책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쟁점이 된 문 후보의 골프장 명예회원권 수수 논란이 막판 부동층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