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신세계 통 큰 투자, 정부가 화답하길

유통산업은 '일자리 보고'.. 돈쓰고 싶어도 곳곳 장벽

유통업계 '빅2'인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3년간 매년 3조원씩 총 9조원의 '통 큰' 투자계획을 내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경기 하남의 스타필드 하남에서 가진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다. 정 부회장은 당장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투자 등 신사업 발굴에 1조원, 인공지능(AI) 쇼핑.스마트카트 등 디지털 혁신에 5000억원, 온라인사업 확장을 위한 최첨단 온라인센터 구축 등에 1조원,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사업 확장에 1조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파트너사와의 상생채용박람회를 통해 매년 1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저기서 경기 전망에 대한 빨간불이 켜지고 한 개의 일자리가 아쉬운 마당에 정부로서는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 부회장의 투자.고용계획이 현실성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기업이 아무리 투자하고 인력을 고용하려 해도 정책이나 현장 여건 등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정 부회장이 이번에 제시한 투자사업 중 제1호 격으로 하남에 추진 중인 1조원 규모의 최첨단 온라인센터 구축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매입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롯데몰 군산점은 지난 4월 오픈하자마자 지역상인들의 반발로 당국으로부터 영업 일지중지 명령을 받았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몰 사업은 5년째 표류 중이고, 경기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사업은 백지화됐다. 이 와중에 의무휴업 확대 등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러 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김 부총리는 올해 정부 일자리 목표와 관련, "서비스업부문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유통업은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복합쇼핑몰 1개가 생길 때마다 최소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백화점은 점포당 평균 1604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봤다. 고용창출 상위 5대 기업 중 3곳이 유통업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업이 내놓은 투자와 고용 약속이 빌 공자 '공약'이 되지 않도록 맘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데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첫 번째가 규제혁파다. 전 정부의 패키지 규제 혁파를 담은 서비스산업 기본법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