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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의 파이프였다"…日언론 JP 별세 비중있게 보도

"한일관계의 파이프였다"…日언론 JP 별세 비중있게 보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고 김 전 총리가 1962년 중앙정보부장 신분으로 한일 국교수립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해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오른쪽)을 만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이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 일본과의 관계를 조망하며 애도를 표했다.

언론들은 김 전 총리를 일본 정치인들과 친분을 나눈 '지일(知日)파'라고 표현하면서, 그가 대일 청구권 협상을 주도했으며 DJ 납치 사건 당시에는 일본에 와서 일본 정부의 수사를 무마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김 전 총리에 대해 "1976년 한일 의원연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하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등 일본 정계에 지인이 많다"며 "한일 관계의 파이프(통로)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종필 전 총리 별세…한일국교정상화를 정치해결' 제목의 기사에서 "김 전 총리가 1962년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당시 외무상과 국교 정상화에 따른 경제 지원을 '무상지원 3억달러, 유상지원 2억달러'로 정한 '김종필-오히라 메모'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1973년 도쿄(東京)에서 일어난 김대중 납치사건에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관여했다는 의심이 커지자, 당시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1918∼1993) 총리와 회담해 일본이 수사를 사실상 종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한편 고인에 대해 "일본 보수 정계와의 인맥을 살려서 대일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한일관계의 파이프였다"…日언론 JP 별세 비중있게 보도
김종필 전 총리가 1973년 6월 2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표문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전 총리는 나카소네 전 총리 외에도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1924∼2000) 전 총리,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1937∼2000) 전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대표 등 일본 정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은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과 관련해 교도통신에 "한일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말한 정치가였다. 한일의 경제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한 적 있다며 "당시 김 전 총리가 '한일관계가 경직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일본공산당의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정책위원장은 "박정희 독재정권을 지지한 과거는 있지만 1997년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성공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