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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업틱룰' 예외조항 너무 많아 공매도發 주가급락 못 막는다

무용지물된 공매도 업틱룰
2009년부터 예외조항 확대.. A주식 파생상품 보유땐 호가보다 낮게 공매도 가능
상시 감독체제로 바꾸고 위반땐 처벌수위 높여야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업틱룰' 예외조항 너무 많아 공매도發 주가급락 못 막는다
공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을 막으려 도입된 호가제한 규정(업틱룰·Up-Tick Rule)이 예외조항이 많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틱룰은 직전 매매가 이하로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일부 세력이 현재가 밑으로 대량 공매도 주문을 내면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유동성공급자(LP)의 손실회피용 헷지거래,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를 위한 등에 대해선 업틱룰이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외국인투자자가 A라는 주식을 공매도하려면 업틱룰 규칙을 지켜야 하지만 이 투자자가 A주식 관련 파생상품을 갖고 있으면 업틱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특히 개별종목 선물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낮을 때(백워데이션)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선물가격은 현물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선물만기까지 이자 등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물이 선물보다 고평가되면 투자자들은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팔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공매도가 가능하다. 공매도 거래 비중의 70%를 넘는 외국인의 상당수가 파생상품 투자를 병행한다. 업틱룰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외규정 많은 업틱룰 무용지물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업틱룰 예외조항은 △지수차익거래를 위해 위해 매도하는 경우 △섹터지수차익거래를 위해 주식집단을 매도하는 경우 △주식차익거래를 위해 기초주권을 매도하는 경우 △유동성공급호가(LP)를 제출하는 경우 △시장조성호가(MM)를 제출하는 경우 △주식워런트증권(ELW) LP가 헤지거래를 위해 기초주권을 매도하는 경우 등 12개다. 대부분 현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의 헤지거래다.

기존에는 현물과 ELW시장에만 업틱룰 예외 조항을 허용했지만 지난 2009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 선물시장 LP까지 예외 범위를 넓혔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소액주주모임 등은 주식시장 신뢰회복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실효성 있는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경실련 등은 업틱룰 관련 예외(혜택)항목을 전면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업틱룰 위반 감시 사실상 불가능

업틱룰 위반에 대한 1차 감시자는 거래소다. 그러나 평소에는 이에 대한 감시·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달 초 터진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무차입 공매도 미결제 사건처럼 일이 불거진 다음에야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현장검사를 끝내고 제재절차를 밝는 중이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가 거래 과정에서 '업틱룰'을 준수했는 지를 중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틱룰 준수를 업계 자율에만 맡길 수 없어 제도 개선이나 제재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법은 실수로 업틱룰을 위반하면 과태료, 고의로 위반한 경우 시세조종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업틱룰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몇배의 불이익을 받도록 처벌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달 전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업틱룰 부분은 빠졌다. 그래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 시스템에서 불가능하고, 업틱룰 때문에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태로 정부는 빈말을 한 꼴이 됐다.
게다가 업틱룰에 구멍이 숭숭 뚫려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입는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업틱룰 위반에 대한 감시·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업계 자율에만 맡긴다는 것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차임 공매도와 업틱룰 상시 감독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선물이 상장된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파생상품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존재하는 LP가 파생상품 손실을 만회하려 현물시장을 교란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매도 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수시·정기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