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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 제재 시나리오는 고의냐 과실이냐… 삼성·금감원 누가 이기든 파장 클듯

콜옵션 공시 누락, 회사설립 3년 지나 공개
공시위반으로 징계 불가피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 제재 시나리오는 고의냐 과실이냐… 삼성·금감원 누가 이기든 파장 클듯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최종 결론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세 차례의 감리위원회와 네 차례의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벌여왔다.

그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한 미국의 바이오업체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셈이다.

■콜옵션 공시 누락엔 의견 일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4일 열렸다. 1.3차에 이어 대심제를 적용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수정조치안에 대해서는 위원 간 논의만 이뤄졌다. 금융위는 가급적 이달 중순까지 증선위 논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의 쟁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회계처리 적절성 △가치평가와 연구개발비 자산화의 적절성 △콜옵션을 비롯한 공시 누락 등이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위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기술개발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바이오젠과의 주주 간 약정을 공시하지 않았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회사 설립 후 3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감사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누락과 관련한 징계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에 반영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평가의 적절성 문제도 논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체 바이오업계의 이슈여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의 분식' 중징계 가능성은 낮아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회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에피스를 '내 회사(종속회사)'에서 '공동경영 회사(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바꿔 대규모 흑자로 돌아선 것이 고의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2014년까지는 종속회사였지만 2015년부터는 관계회사라고 회계장부에 올렸다. 그 근거로 당시 바이오젠이 지분율을 50%-1주까지 늘리는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2015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 측이 관계회사로 바꾼 것은 고의성 있는 회계부정이라고 봤다. 앞서 증선위에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를 의뢰한 이유다.

이에 대한 증선위원들의 판단은 좀 다르다. 증선위원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가 맞는지, 틀리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선위 안에서는 바이오젠이 처음부터 콜옵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봐야하는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증선위가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회계처리를 다시 들여다보라고 요구한 이유다. 이럴 경우 삼성바이오는 고의적 분식이 아닌 과실에 의한 분식으로 제재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누가 이기든 후폭풍 거셀 듯

최종 결론은 이르면 2주 후인 이달 중순께 나온다. 무혐의부터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는 고의 분식에 의한 최고 수위의 징계다. 확률은 낮아보인다. 바이오젠이 최근 콜옵션을 행사함에 따라 삼성 측의 주장을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 설립 초기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지만 매출, 이익 등 경영성과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기업의 모든 회계처리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삼성바이오는 공식, 사실, 논리구조 세 가지에 대해 전문가의 판단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이 회사는 IFRS를 100% 채택한 몇 안 되는 회계 선진회사인데 당시 전문가들의 판단을 다른 전문가들이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증선위 측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소식이 나온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혐의 심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과실에 의한 분식이다. 삼성 측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청문회 얘기까지 나온다.
상장 때 문제가 되지 않았던 회계가 2년 뒤 분식으로 결론 날 경우 한국 회계당국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 측은 "분식회계로 최종 결과가 나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법정 공방까지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운데 지는 쪽은 개인투자자의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휘말리는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