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낮은 사업에 기금 동원.. ‘정부 쌈짓돈’ 전락 우려

[fn스포트라이트 - 국민연금 왜 이지경까지 왔나] (下) 공공투자 등 정권사업은 곤란


국내외 연기금에 비해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는 국민연금이 공공부문 투자 등 정권사업에 동원돼 적립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와 운용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사업에 위협받는 노후자금

최근 5년간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은 세계 6대 연기금 가운데 꼴찌다. 작년에는 공무원연금(8.8%), 사학연금(9.2%)에도 뒤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률이 낮은 공공부문에 투자할 경우 적립금 고갈 시기가 더 당겨질 수 있다.

국민연금법 102조 2항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공공사업을 위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다. 단서 조항으로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 공공투자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의 임대주택 투입 시 내부수익률(IRR)이 4.81~8.28%까지 가능하다"며 국민연금기금 투입을 압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직접 공공임대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민안심채권'이란 이름의 특수채권 100조원어치를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이 10년에 걸쳐 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소진될 때 국내자산의 현금화가 쉽지 않고, 자산가격이 급락할 수 있어 해외투자나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방향과 배치된다.

특히 다른 연기금도 수익률을 높이려 공공투자를 철회하는 마당에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투자는 지지를 받기 힘들다.

실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올해 초 대전 대덕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에 대한 500억원을 투자하려다 말았다. 사업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리스크의 많은 부분을 부담하면서 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낮게 제시한 탓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당초 촉진지구로 지정받아 사업성이 있다고 봤지만 호반건설이 5% 초반의 이자율을 제시하면서 8~9% 수준을 기대했던 내부 판단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더러 있었다. 6.13 지방선거 당시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재원을 활용, 광주 군공항을 이전하고 기존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500만 광주광역권 시대의 문을 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계도 국민연금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재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보육이나 임대주택, 요양 등 공공인프라 확충은 정부의 국정과제인데 여태껏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나 예산확충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대통령 공약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벌 등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우려에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행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주주이익 무시 기업에 대한 중점관리,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의결권 행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우려다. 한 공제회 기금운용 본부장(CIO)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안건을 충분히 분석한 후 행사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됐다. 인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후 검증기관도 없다"며 "현재 외부 의결권자문기관의 자문의견을 수용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 기관마저도 상장사의 안건을 전부 분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은 민간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권한을 이관하는 것과 관련, 연금사회주의로 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70조원 가까운 국내주식 위탁자산의 의결권 행사를 민간 자산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내놨지만 의결권 행사 분산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비해 규모가 작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맞춘 의결권 행사 조직을 갖추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에서 운용보수를 받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