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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장 외면하는 최저임금委 뜯어고쳐야

500만 소상공인 소외감 27人위원 구성비 손보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사용자나 노동자나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년간 29% 인상이라는 초유의 최저임금 폭탄을 맞은 500만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노동계는 문재인정부의 공약(3년 내 시급 1만원 실현) 파기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최저임금위는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의 압력으로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단적인 예다. 전체 27명의 위원 중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이 표결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실제로는 공익위원이 주도했다.

점차 최저임금위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헌법과 최저임금법에 따라 설치된 고용노동부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다.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됐다. 이는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이를 중재해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갈등조정 기능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오히려 '사회적 갈등기구'라는 지적을 받는다.

최저임금위는 한계를 안고 태어났다. 공익위원을 정부가 위촉하다 보니 정부의 입김을 벗어나기 힘들다. 소상공인들의 얘기처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힌 운동장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최저임금발 고용불안이 극에 달했는데도 공익위원들이 두자릿수 인상률을 밀어붙인 것이 좋은 예다.

정작 최저임금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가 위원에서 소외됐다는 점도 문제다. 전체 27명 중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저임금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위원은 4명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사실상 정부와 기득권 세력이 결정하는 구조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에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경제민생 태스크포스 단장마저 "영세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고 꼬집을 정도다.

당정청은 최저임금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 시작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근원적 개편이어야 한다.
최저임금위를 정치적 외압을 차단한 독립기구로 운영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대변하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몫을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소상공인과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임금 현장의 목소리를 더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