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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빚으로 산 주식, 하락장에선 ‘매도 폭탄’으로 돌변

신용융자의 민낯
개인들 주가 상승 예상하며 증권사서 돈 빌려 주식매매
주가 하락땐 증거금 부족해 강제 매도로 하락폭 더 키워
신용융자 비중 큰 코스닥.. 국내외 악재 쏟아져 비관적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 빚으로 산 주식, 하락장에선 ‘매도 폭탄’으로 돌변

한국증시에 대한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등 국내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4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월 고점 대비 12% 넘게, 코스닥은 20% 가까이 하락했다. 보통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원금의 5%선에서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나오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증시 급락에 따른 로스컷 물량이 나오면 증시 주변자금의 수급도 꼬인다.

개인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신용융자가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가하락→손절매→반대매매→추가하락의 악순환이다.

■반대매매 3년 만에 최고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신용융자잔고는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관세 부과를 승인하기 전인 지난달 12일 12조6479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24일에는 11조2583억원으로 한 달여 만에 1조3000억원 넘게 줄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자금을 말한다. 종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사고 싶으면 투자자가 매수금액의 40%인 4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증권사가 나머지 60%인 600만원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달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면서 새로 빚을 내 투자하려는 욕구보다 이를 상환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신용융자잔고가 줄었다.

증권사가 주식 하락에 증거금 부족으로 강제로 주식을 파는 반대매매 규모는 2000억원대로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반대매매 규모는 2381억원으로 급증했다. 2015년 8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할 당시의 3035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달 들어서도 24일까지 1730억원의 반대매매가 나왔다.

통상 주가가 떨어져 주식투자 평가액이 주식담보비율의 14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 강제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은 아니지만 주가 급락 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신용융자 비중이 0.45%까지 높아졌을 당시에도 주가 하락에 변동성이 커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 8월 이전 신용융자잔고 비중은 0.4%를 넘었는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가 벌어지자 8월 한 달 간 12% 가량 급락했다.

코스닥시장도 신용융자잔고 비중이 2% 초반대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다.

■신용융자 비중 높은 코스닥 비관적

테마주와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큰 코스닥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신용융자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규모 면에서 코스피시장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비슷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지난해 10월 랠리 이후 유통주식 수 대비 신용잔고의 수량 비중이 증가한 상위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제넥신, 신라젠, 위메이드 등이다.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반대매매가 많은 종목은 신라젠,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주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신라젠이 이달 들어 5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반대매매가 많은 종목의 하락 폭은 더욱 크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지수 내 제약.바이오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41.9%에 달하는 만큼 지수와 제약.바이오업종이 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하락세를 완충시킬 수급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잔고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2.19%까지 감소했는데 지난해(10월 랠리 이전) 신용융자잔고 비중 평균이 1.97%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융자잔고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