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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은 시기상조

종사자·회사 모두 손사래.. 현장 목소리 귀 기울이길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에게도 실업급여 혜택을 주는 내용의 고용보험 의무화 방안을 의결했다. 고용부는 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도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잃을 경우 실직 전 월평균 보수의 50%를 최장 8개월간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취지에서만 보면 옳은 방향이다. 특수고용직이 49만명임을 고려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업종 특수성에 비춰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사업주 입장에선 보험금 부담이 크게 늘어 경영악화를 초래한다. 특수고용직의 70%가 몰려 있는 보험업계가 직격탄을 맞는다. 보험업계는 회사의 고용보험료 추가부담액을 연 435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는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설계사 고용감소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수혜자인 특수고용직 종사자마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이 작년 8월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5%가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거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보험금을 내고도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특수고용직은 업무특성상 근무기간이 짧고 자발적 퇴직자가 많아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갖추기 어렵다. 이직 전 24개월 동안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여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보험설계사는 13개월 이상 정착률이 40%에 불과하다. 개인 실적에 따라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인 데다 자발적으로 이곳저곳을 옮겨다닌다.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수혜자인 특수고용직 종사자들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다. 안 그래도 청와대와 경제부처에서는 축 처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일자리를 축내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 강행은 뜬금없다. 이번 협의와 결정 과정에 사용자 측인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쏙 빼놓았다니 더 그렇다. 고용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