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규제개혁 머뭇거리면 혁신성장 되겠나

혁신장관회의 재탕 · 삼탕 회의 멈추고 행동 나서길

정부는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투자와 8대 선도사업 부문에 내년에 재정에서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와 인공지능, 수소경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혁신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혁신성장 플랜은 새로울 게 없다. 기존의 혁신성장 로드맵을 재탕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는 지난 2일에도 열렸다. 김 부총리는 그때도 "2022년까지 8대 핵심선도사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선도적·모험적 투자를 통해 정부가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언제까지 회의만 하고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미 드론·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핀테크 등을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 이후 무엇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 수 없다. 지난 8개월 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8대 선도사업에 바이오산업을 추가한 것 정도가 고작이다. 혁신성장을 가능케 하는 규제개혁은 뒷전이고, 어디에 얼마 투자를 늘리겠다는 식의 숫자놀음만 했다. 손에 피 묻히는 일을 기피하는 관료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결과다.

혁신성장의 핵심은 규제개혁이다. 올 들어 문재인정부의 고용 성적표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혁신성장 깃발을 들었다. 그에 따라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론도 힘을 받아 전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회의하고 자금지원을 늘린다고 신산업이 육성되지는 않는다. 인터넷은행, 원격의료, 빅데이터 등 신산업 투자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규제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실천 없는 계획은 무용지물이다. 기업을 옥죄고 있는 규제의 틀을 허물어야 신산업이 자랄 수 있다.

기업들은 문 대통령이 꺼내든 혁신성장 깃발에 호응해 투자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주 삼성이 향후 3년간 1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한화도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 SK, LG, 신세계 등은 이들보다 먼저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모두 합하면 300조원이 넘는다.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으니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다.
고용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이 신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 이를 막을 합당한 이유가 뭔가. 정부는 정치권 눈치를 살피지 말고 규제개혁에 소신있게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이념이나 당리당략에 빠지지 말고 실사구시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