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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따로 만나니 더 좋습네다" 도시락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 나눠

이산가족 둘째날 개별상봉

"가족끼리 따로 만나니 더 좋습네다" 도시락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 나눠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참가한 가족들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개별상봉을 하니 아무래도 단체상봉을 하는 것보다 자유롭고 훨씬 좋았습니다. 또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어 기분도 좋았습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두 조카를 만난 이영부 할아버지(76)는 개별상봉과 함께 이어진 개별중식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고 말했다.

21일 상봉 2일차 일정의 테마는 '우리가족끼리 함께'였다. 그동안 상봉행사에서는 객실에서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한 뒤 공개된 공간에서 단체식사를 했다. 하지만 이번 상봉부터는 혈육 간 오붓한 상봉을 위해 외금강 호텔 객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게 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외금강·금강산 호텔에서 따로 조찬과 휴식시간을 가진 후 오전 10시부터 외금강 호텔에서 개별상봉을 겸한 점심식사를 3시간 동안 가졌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진행될 개별상봉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딸과 사촌동생을 만난 유관식 할아버지(89)는 "이번 상봉으로 소원이 풀렸고, 개별상봉도 너무 기대가 된다"고 말했고 형수를 만난 김종삼 할아버지(79)도 함께 온 형 김종태 할어버지(81)와 "개별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개별상봉, 가족 의미 되새겨

남북 가족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가족들만의 개별상봉을 했고,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못 다한 이야기들을 정답게 나눴다.

도시락은 외금강 호텔 1층 음식점 '외금각'에서 북한의 토산물을 이용한 삼색찰떡과 낙지후추구이, 금강산 송이버섯 볶음, 숭어완자튀김 등으로 준비했다. 한복차림의 북측 접객원은 객실의 인원을 확인한 뒤 직접 방문해 음식을 전달했다.

분단과 이산의 아픔 이후 65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남북 가족들이 사적인 공간에 모여 오순도순 함께 점심을 먹는 의미는 이별을 하루 앞둔 터에 더욱 각별하고도 애틋했다. 북측 가족들은 개별중식 후 이동하는 남측 가족들을 마중 나오며 아쉬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내일이면 또 이별"

개별상봉 이후 오후 3시부터는 금강산 호텔에서 단체상봉이 시작됐다. 개별상봉으로 정이 더욱 깊어진 가족들은 단체 상봉장에서도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단체상봉 2시간 행사 이후 남북 이산가족이 함께할 시간은 마지막 날인 3일차 작별상봉 때 2시간뿐이다.


2일차 단체상봉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이별이 다가오면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북측의 여동생과 남동생을 만난 박기동 할아버지(82)는 "60년 만에 만나 반가웠지만 헤어질 생각을 하니 슬프다"면서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담이 너무 높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은 내일(22일)은 개별조식 후 귀환준비를 한 뒤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점심을 겸해 작별상봉을 하고 각각 귀환에 나선다.

vrdw88@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