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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2일차 단체상봉, 부쩍 친해진 가족들 “우리 형님 언제옵네까?”

부쩍 친밀해진 남북 이산가족 웃음꽃 피워
내일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 심정도 토로

[이산가족상봉]2일차 단체상봉, 부쩍 친해진 가족들 “우리 형님 언제옵네까?”
21일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호텔 단체 상봉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우리 형님은 언제오시는 겁니까?” 서진호 할아버지(87세)의 북녘 남동생인 서찬호씨는 개별상봉 이후 잠시 헤어졌던 형을 찾으며 이 같이 물었다. 서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서씨는 “아니, 주인이 먼저 오셔야지 왜 이리 늦게 오시죠?”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21일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2일차 마지막 상봉 행사인 금강산 호텔 단체상봉장의 분위기는 기쁨과 눈물로 가득했던 상봉 1일차와는 달리 여유롭고 화기애애했다. 데면데면하게 상호 존대를 했던 가족들도 나이에 맞게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하는 정겨운 장면도 이어졌다.

유관식 할아버지(89세)의 아들 유승원씨는 객실상봉을 할 때 찍은 북녘 사촌인 유옥녀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디지털카메라 동영상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웃었다. 유 할아버지와 북측 딸 유연옥씨는 어제보다 더욱 꼭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동생을 만난 차제근 할아버지(84세)는 동생 차제훈씨를 보자마자 “동생!”이라고 부르며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동생과 북측 동반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차 할아버지는 동생에게 “너를 북에 버리고 나와 항상 죄책감 속에 살았다”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차씨는 형의 무릎을 매만지며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고 위로했다.

한신자 할머니(99세)는 북녘 두 딸을 만나지 못했다. 상봉 1일차 두 딸을 만나 감격과 오열을 반복했던 한 할머니는 피로가 누적돼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결국 한 할머니의 남측 딸 김경복씨가 단체상봉장에 나와 두 언니와 만났다.

김달인 할아버지(92세) 역시 고령에 몸에 무리가 와서 단체상봉을 하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의 딸은 아버지가 못 나오는 사정을 할어버지의 북측 여동생인 김유덕씨에게 전했다. 김씨는 과자와 음료수를 먹지도 않은 채 무표정한 표정으로 연회장 입구를 쳐다봤다.

북측의 형 리종성씨를 만난 이수남 할아버지(77세)는 “상봉 시간이 너무 짧았고 다시 헤어지려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 할아버지는 “형님과 어릴 때 추억 이야기를 많이 했고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짜 우리 형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시에 진행된 단체상봉은 오후 3시에 시작해 5시에 마무리됐다. 남북 가족은 온정각 서관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저녁을 먹고 상봉 2일차 일정을 마무리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