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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태풍 약해져 안도.."하늘로 올라가는 용 꿈꿨다"

[이산상봉]태풍 약해져 안도.."하늘로 올라가는 용 꿈꿨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속초·서울=공동취재단 임광복 기자】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위해 24일 방북하는 상봉단들은 '태풍 솔릭' 피해를 우려했지만 세력이 약해지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북측 형을 만나는 목원선씨(85세)는 새벽에 한차례 잠이 깨기도 했다면서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틀고, 태풍 경로를 확인했다"며 "비가 많이 오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거야 참 다행이야"라고 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태풍 때문에 플랜 B, 플랜 C 까지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일단 예정된 시간에 출발한다"며 "금강산 현지 상황이 안심할 수 없고, 현지에서 이번 행사를 위해서 개보수를 급하게 해서 발전기 가동 , 현지 물빠지는 곳 등 여러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비는 내리는데 바람은 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산가족들은 비가 와서 산책은 못 하고 실내 1층 쇼파 앉아 대기했다.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는 "태풍에 걱정했는데, 고비가 지나갔으니 오늘은 무리 없겠다 싶어 잠은 잘잤어요. 이제 괜찮겠지요"라며 안도했다.

2회차 이산가족들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이 전체적으로 양호했다.

신정리 서울적십자병원 내과 전공의는 야간회진 결과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해 허리 아프신 분들이 조금 있으셨고, 상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긴장되신다는 정도였다"며 "다만 인후통이나 가벼운 감기증상, 소화불량 등 경미한 증상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2차 상봉 최고령자인 100세 강정옥씨는 전날 제주도에서 올라와 멀미로 힘들었지만 잘자고, 식사도 잘했다며 "고맙습니다. 동생 지간을 만나러 갑니다." 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정옥씨는 북측 여동생 강정화(85)씨를 만난다.

북측 언니 강호례(89)씨를 만나는 강두리(87·여)씨는 "반갑고 기쁜 사람들 만나는데 비가 왜이리 오냐"며 기쁜 마음과 달리 비가 내리는 날씨를 언급했다.

북측 량차옥(82·여)씨를 만나기 위해 다섯 자매가 참가한 양순옥씨(86세)는 가족은 전날밤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어 새벽 5시에 모두 일어나 씻고 준비했다며 "모두들 새벽잠이 없다"며 웃었다.

북측 언니 김정옥(85)씨 만나는 김정자(83)·김정숙씨(81) 자매는 "언니 만나는 생각에 잠을 설쳐서 둘이 밤 늦게까지 대화를 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김정숙씨는 '좋은 꿈 꾸셨느냐'는 질문에 "네 하늘로 올라가는 용 꿈꿨어요"라며 "어제는 좀 믿기지가 않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까 아, 오늘 언니를 만날 수 있구나, 진짜 보는거 구나"라며 기쁜 표정을 드러냈다.

한편 24~26일 2차 상봉은 남측가족 337명은 북측 81명과 동반가족들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만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