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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68년만에 부자상봉.."살아계실줄 꿈에도 몰랐어요"

【 속초·서울=공동취재단 임광복 기자】19호 태풍 솔릭으로 비가 내린 24일 금강산에서 65년여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은 그리운 가족과 만나 눈물을 흘렸다.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오전 속초 한화리조트를 출발해 예정보다 다소 늦은 오후 1시43분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온정각 서관에서 개별 중식을 마친 후 오후 3시 15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가진 단체상봉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이번에 유일한 부자상봉 눈물바다
2차 이산가족상봉의 유일한 부자 상봉 가족인 조정기씨(67)는 북측 아버지 조덕용씨(88)를 만나 눈물바다를 이뤘다.

아들 조정기씨는 조덕용씨 옆자리에 앉아 연신 눈물을 흘리며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살아계신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촌 조동용씨(62)는 북측의 동행한 아들 조학길씨(61)에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고 평안북도 동쪽에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이 중국을 자주 다녔다"고 말했다.

조정기씨의 어머니는 이산가족 상봉 한달 20일 가량 전에 돌아가셔서 슬픔이 더 깊었다.

조씨는 사전 인터뷰에서 "어머니께서 68년을 기다리시다가 불과 한달 20일 전에(돌아가셨다)"라며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북측 형 단번에 알아보고 부둥켜 안아
북측 형 리갑용씨(83)를 만나는 남측 동생 이재섭씨(80)는 휠체어에 탄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먼저 입장해 기다리던 남측 가족들은 '북쪽 가족이 들어오십니다'란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입구쪽을 바라봤다.

남측 권혁빈씨(86)는 북측 형 권혁만씨(86)와 딸 권순숙씨(57)를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보고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권혁찬씨도 "혁찬이야"라며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딸 권순숙씨는 "딸입니다"라며 삼촌 권혁빈씨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북측 신남섭씨(81)의 남쪽 조카인 김주연씨(47)는 "이모가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준비해왔다"며 흰색 꽃무늬 바탕 천에 자수가 놓인 현수막을 준비해와 손에 들었다가 테이블에 놨다가를 반복했다.

현수막에는 '보고 싶었던/이모님 사랑합니다/건강하세요/김향미 김숙연 김주연 김소연/2018년 8월 24, 25'라는 글귀가 씌여 있었다.

네 자매는 옥빛 한복을 곱게 입은 신남섭씨가 다가오자 일제히 일어나 에워싸며 "어머, 어떻게 해, 엄마랑 똑같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19호 태풍 솔릭이 큰 피해없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큰 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산가족상봉은 첫날 단체상봉·환영만찬, 둘째 날 개별상봉·객실상봉·단체상봉, 마지막날 작별상봉 겸 오찬으로 총 12시간을 만난다.

2차 이산가족상봉은 북측 가족 81명과 동반가족이 찾는 우리측 가족 326명이 만난다. 지난 20∼22일 1차 상봉은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들을 찾아 만났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