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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갈수록 '삐걱'.. 9월 평양정상회담 연기설

매티스 "한·미 훈련 재개" 北 "북침전쟁 도발" 반발
靑 "9월 회담 역할 커져"

북·미관계 갈수록 '삐걱'.. 9월 평양정상회담 연기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은 28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북한에 대한 선의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유예했지만 더 이상 중단은 없다"고 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오른쪽)도 함께 자리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트럼프 미국정부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한다는 강수를 두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를 넘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9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연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완전한 비핵화 시간표를 원하는 미국과 종전선언을 통한 체제보장을 바라는 북한 사이에서 거중조정자 역할을 떠안게 된 형국이다.

29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선의로 중단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외에 추가로 훈련을 유예할 계획이 전혀 없고, 이후 협상을 지켜보자"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미국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이 '침략연습'이라고 규정하며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고, 북한을 압박하는 군사적 제재수단인 만큼 매티스 장관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강행 발언은 대북제재 강화는 물론 비핵화 협상 체제를 깰 가능성이 있는 초강수다. 북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때 밀월관계였던 북·미 관계가 악화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매티스 장관 발언이 나온 이후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미국은 강도적 '선 비핵화' 요구가 실패하는 경우를 대비해 북침전쟁을 도발하고 천벌을 받을 범죄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반발했다.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미 간 긴장관계가 해소된 추동력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노렸던 한국 정부로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각에서는 9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연기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면서 미국이 한 발을 뺀 이후 펼쳐지는 남북정상회담이 도달할 수 있는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분분했다.

8월도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9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의 실무협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역시 회담 연기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는 물론, 이산가족 문제와 남북 경제협력 사항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청와대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의겸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군사훈련 재개에 대해 미측과 논의한 적은 없고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군사훈련 당사국인 한국과 조율이 없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 장관이 선제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한·미 공조가 정부의 말처럼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북·미 관계에 앞선 남북관계 개선에 불편한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청와대는 일단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 가능한 '조정기'로 여기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한·미 공조는 문제가 없고 북·미 사이가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은 훨씬 더 커졌다"며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여건에 맞춰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