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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노후불안 확산이 TDF시장 키웠다

국민연금 논란이 몰고 온 새 투자 트렌드
초기엔 위험자산에 집중..은퇴시점 다가올수록 안전자산으로 비율 조정
순자산 2년새 1조원 증가, 다른 펀드 대비 수익 양호

[강문순의 이슈 들여다보기]노후불안 확산이 TDF시장 키웠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노인빈곤율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선안이 알려지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은퇴를 대비한 자산운용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TDF는 이름 그대로 '날짜를 겨냥한 펀드'라는 뜻이다. 여기서 날짜는 은퇴시점을 가리킨다. 자산을 축적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시점이 다가오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 개인은 자신의 성향 맞는 연령대별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40년 은퇴 예정이라면 'TDF 2040'에 가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TDF가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규모가 1000조원을 넘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처음 나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6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2년 만에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정부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인정해 퇴직연금 자산구성에서 TDF 편입가능 비중을 70%에서 100%로 늘리는 등 힘을 보탰다.

■2년 만에 1조원대로 급성장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TDF 70개의 설정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총 1조2079억원이다. 2년 전 700억원에서 폭풍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만 5301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3385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한국형TDF2045' 설정액은 지난달 1000억원을 넘었다. 올해 들어서만 4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도 상반기 400억원이 증가하면서 출시 1년 만인 7월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운용수익률도 좋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32개 TDF 상품 가운데 5개를 제외하고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다. 1년 수익률은 1%대에서 많게는 7%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42%,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2.96%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의 상품이 수익률 상위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설정된 TDF2045 펀드 상위 10개를 보면 대부분 1년 간 6%대 중후반의 수익을 내고 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은 '미래에셋자산배분 TDF2045(주식혼합형)'로 1년 간 7.51%의 수익률을 보였다.

은퇴시점이 많이 남은 젊은 투자자들도 TDF에 관심이 많다는 전언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펀드는 소득공제 혜택 때문에 연말에 투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TDF에는 연중 꾸준히 투자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을 고를까

TDF의 상품명은 TDF2020부터 5년 단위로 2030, 2035에서 2045까지 나왔다. 가입자가 60세 정년에 맞춰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가입자가 자신의 정년에 맞춰 펀드를 고르면 자산운용회사가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맞도록 운용비율을 조정한다.

TDF는 펀드마다 운용기간이 정해져 있다. 2025펀드는 정년이 2025년에 돌아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로 대부분 50세 이상이 가입한다. 이 펀드는 앞으로 7년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주식을 40% 정도 넣고,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높여 운용한다. 반면, 2045펀드는 앞으로 27년이 남아 30대가 가입을 할 수 있다. 이런 펀드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70%까지 높인다. 하지만 이 펀드도 2040년쯤이면 주식비중을 40% 이하로 낮추는 등 안정성에 무게들 두고 포트폴리오를 짠다.

TDF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리스크 투자에 경험이 없는 사람에 적합하다. 투자에 주의할 점도 있다.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생애주기에 맞춰서 자산 배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스타일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문유성 연금지원부장은 "TDF는 투자성향이나 운용노하우가 다른 만큼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며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수수료, 총보수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