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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국기업에 비관세 보복카드 발동 선전포고

중국,미국기업에 비관세 보복카드 발동 선전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보복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이 중국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라이선스(면허)신청 접수를 거부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세보복이 아닌 '질적 보복' 형식의 첫 공식 상황이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中,미국기업 면허신청 거부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200여 개 미국 기업을 회원사로 둔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의 부의장인 제이컵 파커는 최근 중국 고위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중국 관료들은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안정화할 때까지 라이선스(면허) 신청을 접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위원회 대표들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시장에 신규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영업을 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취득해야 하는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파커 부의장은 "중국 관료들은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으며, 미국 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영업을 어렵게 하거나, 중국 진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파커 부대표에 따르면 라이선스 접수 연기는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업계를 포함한다. 중국 당국은 금융분야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관세부과 강도가 높아질 경우 기존 금융시장 개방 약속을 미루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비관세 장벽 카드 발동 예고
중국이 무역전쟁 보복 수단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내 영업을 어렵게 방해하거나 시장 접근을 막을 것이란 우려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에 맞서 340억 달러와 160억 달러에 대한 맞보복을 통해 동등한 규모의 맞대응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관세 폭탄 투하를 예고하면서부터 동등한 규모의 맞보복이 불가능해졌다. 대미 수출이 수입보다 훨씬 큰 중국 입장에서 동등한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중국이 관세 장벽 이외에 각종 비관세 장벽 수단을 동원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들에 인허가 지연, 세무 조사, 반독점 조사 등 '질적 보복' 카드로 맞설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미국의 무역 공세에 '종합 대책'으로 맞서겠다면서 다양한 보복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따른 보복행위로 한국기업에 가했던 각종 질적 보복 수단이 미국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시점을 맞았다는 관측도 있다.

AP통신은 중국이 분쟁 상대국의 기업을 공격한 사례로 한국 롯데그룹의 예를 들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롯데그룹이 제공하자 중국 정부는 롯데그룹의 중국 내 99개 영업장 문을 닫게 했다"며 "이후 양국 관계 개선에도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비관세 장벽 카드 동원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과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맞서고 있다.

파커 부대표에 따르면 중국 관료들은 최근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와의 회의에서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미국이 문제 삼는 기술 이전 문제나 보조금 지급 문제, 산업 혁신, 기술 정책 등의 개선에 대해서는 전혀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중요한 협상안으로 강조해온 내용에 대해 양보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기업의 중국내 투자를 막는 게 오히려 중국에게 손해라는 점에서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류허 부총리는 지난달 미국 기업 임원들과의 회동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영업을 무역전쟁의 보복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왕치산 중국 부주석도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블랙스톤 등 월스트리트 기업의 임원들과 이번 주에 회동할 예정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