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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새로운 여정]무릎 굽혀 눈높이 맞춘 文대통령…北주민들에게 '민주주의' 보여줬다


[평화, 새로운 여정]무릎 굽혀 눈높이 맞춘 文대통령…北주민들에게 '민주주의'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남북정상회담 숙소로 사용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남측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북측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서울=공동기자단 이태희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 기간 동안 시민들을 만나면서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특히 여성·아이들을 만나선 무릎을 굽히며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을 낮추는 '문재인식 인사'에 북한 주민들은 적잖이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최고 존엄이어야할 지도자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서 열린 기념식수 행사가 끝난 뒤 평양 학생들과 키 높이를 맞추기위해 무릎을 굽혔다. 자신의 뒤 쪽에 위치한 학생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을 것을 배려해준 행동이다.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시민들과 사진 촬영할때 종종 무릎을 굽혀주는 배려를 보여줬다.

같은날 저녁 평양 대동강 구역에 위치한 수산물 식당을 찾아서도 시민들과 소탈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시민들과 격 없이 악수를 나누며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이들을 만나선 무릎을 깊이 구부려 눈높이를 맞춰줬다. 이는 문 대통령과 대부분의 일정을 동행한 김정은 위원장 내외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평화, 새로운 여정]무릎 굽혀 눈높이 맞춘 文대통령…北주민들에게 '민주주의' 보여줬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8일 오후 평양대극장 입구에서 먼저 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겸손한 인사'를 선보였다. 문 대통령은 꽃다발을 들고 공항을 찾아준 평양 주민 1000여명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를 본 김정숙 여사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북한에서는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은 최고 존엄에게만 허용돼 있다. 최고지도자와 악수를 나누는 것도 일반 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에 북한 조선중앙TV도 정상회담 일정을 보도하며 특히 문 대통령의 인사 모습을 강조해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무릎을 살짝 굽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평화, 새로운 여정]무릎 굽혀 눈높이 맞춘 文대통령…北주민들에게 '민주주의'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다 평양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홍보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2012년 탈북한 김지영씨는 2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90도 인사에 대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표현했다. 김 씨는 "북한에서 대통령은 신처럼 모셔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냥 손을 들어 화답을 해줘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최고로 배려해도 악수를 해주는 것인데 (문 대통령이)새로운 인상을 심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