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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남북 경협에 청신호, 그러나 서둘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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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개성이 반면교사.. 국제사회와 보조 맞춰야

9·19 평양선언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여건이 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어떻게 조성할지도 협의하기로 했다. 20일 백두산에 오른 문 대통령은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선언은 지난 4월 판문점선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언급한 것도 대범하다.

지금보다 경협의 폭을 더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경협은 시장경제를 통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 대북 퍼주기 논란을 벗어나 통일비용을 아끼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로선 북한이 가진 양질의 저임 노동력에 구미가 당기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경협이 남북 관계와 국제외교의 종속변수라는 점이다. 종속변수는 불확실하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우리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명박정부는 즉각 관광을 중단했다. 박근혜정부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그즈음 북한은 걸핏하면 핵폭탄을 터뜨리고 장거리 미사일을 쐈다. 개성공단 폐쇄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보조를 맞춘 것이다.

보수 정부 9년과 문재인정부는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벌써 세번이나 만났고,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났다. 연내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대북 경협에 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문 대통령을 따라 평양에 간 것도 탐색전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제 외교·안보는 우리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당장 대북제재가 풀릴 기미도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유엔 안보리에선 미국과 러시아·중국이 여전히 대북제재 이행을 놓고 으르렁댄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대북 경협은 국제사회와 발을 맞추는 게 슬기롭다. 단독투자보다는 제3국과 공동투자가 좋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을 활용하면 금상첨화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정한 룰을 철저히 지킨다. 우리는 보조를 맞추기만 하면 된다. 서두르다 행여 또 헛물을 켤까 걱정이 되어서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