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이번 평양정상회담 프레스센터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이중 검색을 거쳐야 비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형 전광판이 실시간 영상을 전달하거나 녹화 영상을 보여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전 9시, 오후 3시 총 두번 공식 브리핑을 진행했다. 프레스센터 좌석은 900석이 넘었다.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접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생중계 되는 장면을 서울 동대문구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프레스 센터’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프레스센터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등장만으로 박수와 환호가 나왔던 1차 정상회담과는 사뭇 달랐다. 9년 동안 단절된 양측 정상의 만남만으로 의미가 있었던 1차 정상회담과는 달랐다. 실질적 성과와 진일보한 결과물이 중요했다.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서울공항을 출발할 때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활주로에 나왔을 때도 프레스센터 분위기는 조용했다.

북에서 전해지는 영상과 사진, 대화 내용은 두 시간의 시차를 두고 서울 프레스센터에 도착했다. 실시간 통화나 연락이 어려워 공식 브리핑을 진행한 윤 수석이 진땀을 빼곤 했다. 윤 수석은 "저도 궁금합니다", "저도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남과 북이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였다.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가진 회견에서 합의 사항에 대해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회담 둘 째날, 비로소 프레스센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은 남북정상회담 공동합의문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자회견 시간이 임박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예측이 엇갈렸다. '경호가 쉽지 않아 못 올 것"이라는 의견과 "김정은 위원장은 내려올 것 같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당장은 아니라도 내년 초엔 한 번 방남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있었다. 그래도 지배적 의견은 '방남은 어려울 것'이었다.

첫 번째 환호는 이 지배적 예측이 빗나가면서 터져나왔다. 평양남북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먼저 입을 뗐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레스센터가 술렁였다.

바통을 이어 받은 문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연내가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북핵에 대한 사실상의 핵사찰 계획도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또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교류 강화를 성명서에 담았다. 1차 정상회담 당시 경제교류 의제를 논의에도 올리지 못한 것과 비교해 진일보한 성과였다. 의미있는 내용이 많아 기자들의 손이 바빠진 하루였다.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능라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능라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이 5.1 경기장에서 진행한 '능라도 연설'이었다. 15만 평양시민이 몰린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7분 동안 연설했다. 프레스센터도 숨죽이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 분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라고 말했다. 5.1 경기장 현장에 있던 마술사 최현우는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회담 세 째날,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이 발표됐다. 프레스센터에서 다시 한번 '와'하는 환호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이 있는 자리에서 "중국으로 백두산을 갈 수 있지만 나는 우리땅으로 백두산을 가고 싶어 거절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다음날 전격적인 백두산 방문이 결정된 것이다. 남과 북의 정상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은 가슴 뭉클 했다. 백두산 천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남쪽엔 비가 왔지만 백두산 하늘은 쾌청했다.

[정상회담 취재기] 김정은 위원장 방남부터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를 찾아 평양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서울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윤 수석이 큰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많은 기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대통령의 모습을 담느라 박수를 치지 못했다.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비로소 격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대통령은 연단에서 평양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이야기했다. 2박 3일간의 짧지만 긴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