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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기금본부장 안효준, 수익률에 집중하길

15개월 만에 공백 메워 정치 외압 차단도 과제

15개월 넘게 자리가 비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8일 선임됐다. 안효준 본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30년간 국내외 증권·자산운용사에서 잔뼈가 굵은 주식운용전문가다. 특히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을 지내 내부사정도 잘 알고 있는 등 CIO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늦기는 했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자격 및 정권코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 배제되고 누구나 인정하는 운용전문가가 선임된 것을 환영한다. 만일 정권코드 인사였다면 업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비운용전문가를 CIO에 선임했다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었다. 또 운용수익률이 저조하면 정부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새 CIO가 소신 있게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여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새 CIO는 바닥을 기는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1.86%(연 환산 기준)에 그친다. 지난해 수익률 7.26%와 비교하면 5.40%포인트나 낮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연기금들에 비해서도 얼굴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국내 주식투자수익률은 -6.11%로 8조원 넘는 손실을 내 전체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제4차 재정추계에서 연금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데다 수익률까지 추락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국민연금 수익률 1%포인트를 올리면 연간 6조원 넘는 보험료 수입효과가 나타나 재정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출 수 있다. 그런데 투자를 줄여야 할 국내 주식은 늘리고, 확대해야 할 해외투자는 줄여 투자손실을 빚었다. CIO 장기공백 사태로 빚어진 투자자산 배분 실패의 결과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운용인력과 CIO가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러나 공백 기간에 전문인력 수십명이 이탈했다. 서울에서 전주로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이유도 있지만 운용인력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조직안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보강과 조직안정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새 CIO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여 지난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를 통해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사 역할에만 충실해주길 바란다. 자칫 힘을 남용해 멀쩡한 기업이 곤경에 처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안 본부장에게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의 혜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