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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또 불거진 한국GM 갈등, 노사에 맡기자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5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합의한 지 6개월 만이다. GM이 2대주주(지분 17%)인 KDB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 분할을 강행하면서다.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디자인·연구개발 파트를 떼어내 별도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이렇게 되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가 한국GM에서 떨어져 나간다. 인력도 3000명이 신설법인으로 옮기게 돼 한국GM의 근로자는 1만명으로 감소한다.

문제는 법인 신설 목적을 놓고 사측과 노조, 또 한 축인 산은 등 당사자 간 진실 공방을 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GM은 신설법인에 글로벌 연구개발 업무를 맡겨 한국GM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조와 산은은 곧이곧대로 안 믿는다. 노조는 한국에서 발을 빼기 위한 꼼수라며 총파업 카드로 맞선다.

산은도 회사 분할에 반대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GM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기본협약 정신에 위배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GM이 회사 분리를 강행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법인분리 작업은 노조의 파업, 산은의 법적 소송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번 논란은 한국GM이 불을 댕겼다. 하지만 내수부진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한국GM으로선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회사 분할작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만 노조원의 이동, 경영구조 변경 등 회사의 중대 결정사항을 노조나 주요 주주에게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산은은 한국GM이 지난 7월 법인설립 계획을 발표한 뒤에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감정을 앞세우거나 노조의 이익만 앞세워 반대로 일관해서는 도움이 안된다. 이번 갈등은 노사, 산은 모두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서 8100억원의 혈세를 지원한 건 노사가 힘을 합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라는 뜻이다.
이 지원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와 정치권도 그동안 할 만큼 했다. 혹여나 정부나 정치권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당사자들이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놔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