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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사퇴 매티스...백악관 균형추 몰락

"美 새로운 불확실성 추가"

예고된 사퇴 매티스...백악관 균형추 몰락
FILE PHOTO: U.S. Defense Secretary?James Mattis joins White House Press Secretary Sarah Huckabee Sanders for the daily press briefing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February 7, 2018. REUTERS/Jonathan Ernst/File Photo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전날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실상 '반발성 사퇴'를 택한 것이다. 충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안정감과 균형감을 주던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사실상 마지막 생존자였던 매티스마저 퇴장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감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에서 발을 빼 인도·태평양으로 외교안보의 전략추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예고된 사퇴···아프간 철군 충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오후 미리 써둔 사임서한을 들고 백악관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철군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그는 국방부로 돌아와 사임서한 50부를 복사해 국방부 내부에 배포하도록 지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사임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장관을 둘 권리가 있다. 내가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좌절감을 내비쳤다.

또한 "미국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며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강력한 믿음"이라며 동맹들과의 관계를 도외시하며 시리아 철군 결정을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들 앞에서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매티스 장관과 면담 후 올릿 트윗에서 매티스 장관이 내년 2월말 퇴임한다며 "새 국방장관을 곧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철수 및 그 밖의 국제적 현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나 홀로 입장'과 충돌한 이후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아프간 주둔 병력 감축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도 미군 병력을 5000명 이상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매티스 장관은 외교적 노력 강화 차원에서 병력 유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른들의 축 사실상 붕괴
지난 3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매티스 장관까지 사임하면서 묵묵히 균형추 노릇을 하던 '어른들의 축'은 집권 2년 사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 내지 몰락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한때 세계는 '어른들의 축'이 백악관의 어린애들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순진한 기대는 계속 내동댕이쳐졌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장관 사임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적 현안에서 취하게 될 경로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배가됐다"고 WP는 분석했다.

매티스 장관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북미협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매티스 장관은 '미친 개'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외교적 북핵 해결에 무게를 뒀지만 북한의 비핵화 전망이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차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매티스 장관 후임으로 잭 키니 전 미 육군참모차장,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패트릭 새나한 국방부 부장관,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