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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한은, 하반기 ‘1%대 근원물가’ 전망…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

IMF의 금리인하 권고
소비자물가 2개월째 0%대 불구 농산물·석유류 뺀 물가 상승압력
금리 내릴땐 가계빚 등 부담 가중..IMF 권고에도 한은 운신 폭 좁아

[이슈 분석] 한은, 하반기 ‘1%대 근원물가’ 전망…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연례협의보고서에서 한국은행에 '명확히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고했다. 사실상 금리인하 주문이다. 데이터(경제지표를 의미)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통화정책을 변화시킬 변수로 한은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근원물가'로 관측된다.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근원물가의 방향성에 따라 통화정책이 움직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은은 올 하반기 근원물가를 1%대 중반대로 전망하고 있어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2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1월 2%를 넘었던 물가상승률은 12월 1.3%로 하락했고 지난 1월과 지난달에 각각 0.8%, 0.5%로 더욱 낮아졌다.

반면 근원물가는 1%대 초반에서 횡보 중이다. 근원물가를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7~8월 0%대에 머물렀지만 9월부터는 1.3%로 올라온 이후 횡보 중에 있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도 1.3%를 기록했다. 수요 측으로 보면 높지는 않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꾸준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 통화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횡보 중인 근원물가에 변화가 감지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통화정책의 전통적인 기능 중 하나가 물가안정이다. 경기가 부진해 물가가 낮아지는 상황이 오면 낮은 이자에 대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으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지나치게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위축시키는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한은의 기대와 전망은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측 물가압력이 나타나 물가가 올라가는 그림이다. 이 경우 한은은 IMF의 권고와는 반대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가계부채와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에 의한 외국인 자금 이탈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한은에 부담이 된다.

한은에서는 올해 물가가 상반기 1.2%에서 하반기 1.5%로 오를 것으로 본다. 근원물가가 상반기 1.3%, 하반기 1.6%로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실시한 유류세나 개별소비세 인하가 상반기 중에 종료되면 하반기에는 물가가 자연스럽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근원물가가 올라 갈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낮아진 물가가 수요 창출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IMF의 권고에 따라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낮다고 하지만 공급 측면이나 정부의 규제물가 등을 제외하고 보면 물가는 1% 중반에서 2%를 하회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인데 단순히 물가가 낮다고 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더 완화적으로 가져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할 정도로 악화되면서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