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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vs촉진자vs중재자…'韓역할론' 중대기로


운전자vs촉진자vs중재자…'韓역할론' 중대기로
지난 해 10월 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운전석에 앉아 북·미 대화의 단초를 마련한 우리 정부는 올해 중재자에서 촉진자로 입장을 바꿔 북·미 협상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는 북·미 협상에서 변방으로 밀려나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한다고 27일 밝혔다.

외교부는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외교장관의 회동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을 보였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서 핵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갈등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22일(금요일)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은 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우리 정부는 사태 해결에 힘쓰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주말을 지나 사흘만인 월요일(25일) 오전 북측이 공동연락사무소에 복귀했다. 주말 사이에 벌어진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제 방침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뿐이었다.

북한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으나, 최근 미국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강력한 비핵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로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매체들은 남북경협 등을 독자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달래듯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알리면서 북한도 다시 상황 관리에 나서기 위해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복귀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우리나라의 역할이 있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다만 지금은 그 주체가 북·미로 한정돼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대 약점이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계속 압박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맞받아칠 가능성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지도자의 충돌을 막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바라는 비핵화 요구를 전향적으로 낮춰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