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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양호, 별세 나흘 전 20년 ‘악연’ 前부기장과 소송전서 승소

대한항공 前부기장, 기장 선발 좌절되자 불만
사직 후 조양호 회장 비방 1인 시위 나서 
본사·조 회장 자택 앞에서 "조양호 처단하라" 
20년간 민형사·행정 소송 반복
"그 동안 피해배상 해야"..소송냈으나 조양호 별세 나흘 전 패소 

[단독]조양호, 별세 나흘 전 20년 ‘악연’ 前부기장과 소송전서 승소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약 20년간 자신과 회사를 상대로 각종 의혹을 제기해 온 전 직원과의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최형표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전 항공기 부기장 A씨가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부당해고와 허위고소 등으로 인한 피해액 2억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4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 8일 조 회장이 미국에서 별세하기 나흘 전에 이뤄진 판결이다.

■‘사장에 부조리 알리겠다’ 사직서 제출..수리되자 1인 시위
조 회장과 A씨의 악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군항공부대 조종사 출신으로 당시 부기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자신이 기장으로 선발되지 못한 건 회사 내부 ‘공군출신자들의 전횡’이 원인이라고 여기고 불만을 품었다.

A씨는 그 무렵 대한항공 사장이었던 조 회장에게 ‘내부 부조리를 알리겠다’는 명목으로 면담을 신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조 회장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목적으로 사내 의혹과 자신이 당한 불이익, 그리고 ‘인사불이익의 부당성 여부를 심사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저를 구제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사직시켜 달라’는 내용을 담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A씨의 바람과는 달리 사직은 그대로 수리됐다.

A씨는 “사직서 제출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해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이후 2002년 3월부터 조 회장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각종 의혹 제기와 부당해고를 고발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그는 “대한항공, 30여 년 동안 무자격조종사를 사용해 온갖 사고를 다 내어왔다”, “무자격 조종사 색출하고 조씨 부자 구속하라”, “불법 범법자 조양호를 처단하라” 등 내용이 적힌 광고판을 두르거나 행인들에 유인물을 배포했다.

A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06년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겪기도 했으나 출소 후에도 굴하지 않고 1인 시위를 이어나갔고, 두 차례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대한항공 본사와 조 회장 사옥 앞에서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후배 등 헬리콥터 조종사들에게 비행기조종 불법을 허락했다’ 등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조 회장의 사옥 앞에서 비켜 달라’고 요구하는 직원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다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 “부당해고 인정 안 돼..허위고소도 아냐”
20년간 1인 시위와 재판 받기를 반복해 온 A씨는 그 동안의 피해를 배상받아야겠다며 지난해 8월 조 회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자신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고, 무고로 인한 형사판결로 부당하게 1년간 수감생활을 했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이 정년까지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이 21억원, 허위고소로 인한 피해액이 1억8250만원, 이외 캐나다 생활비, 변호사 선임비용과 위자료 등 총 손해액이 29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송에서 실제로 청구한 손해액은 2억1000만원이다.

법원은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사직서 제출이 무효라거나 회사가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련 형사사건에서 A씨가 일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으나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조 회장과 대한항공이 고의 또는 과실로 A씨를 허위고소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조 회장 측이 자신에게 2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