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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금통위 내부서도 '금리인하론'… 실행 가능성은 낮아

조동철 금통위원 "디플레 우려"
한·미 금리 역전·정책여력 감안.. 소비·투자 확대 이어질지도 의문

[이슈 분석] 금통위 내부서도 '금리인하론'… 실행 가능성은 낮아

부진한 경기와 물가 상황을 놓고 한국은행 내부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됐다. 낮은 저물가 상황을 장기적으로 용인할 경우, 부정적 충격에 의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는 만큼 금리인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금리 인하 목소리가 표출됐지만 한은이 인하로 통화정책방향을 틀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물가로 디플레 우려 커져
8일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저물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지난 2012년 이후 7년 내내 목표 수준을 하회했고 올해 및 내년에도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목표 수준으로부터의 괴리 정도가 연평균 1%포인트, 7년간 누적해 7%포인트 이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서 항구적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통화당국 차원에서 관리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바꿔 말하면 저물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인하와 같은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조 위원은 채권시장에서 비둘기적 성향(통화완화 선호)의 금통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저금리 환경 하에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정'해질 경우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보수적·비대칭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북귀시키기 어렵게 한다. 저금리 환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축소순환의 지속은 우리 경제에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질 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을 증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위원은 "우리도 장기간 걸쳐 목표 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며 "금융시장 건전성이 제고될수록 통화정책이 경기와 물가의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신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에서 통화당국은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4월 금통위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1·4분기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경기나 물가의 방향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서다. 아울러 올 2·4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도 높게 봐서다.

■한은, 인하 선택할 수 있나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금리가 인할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은이 우려하고 있는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 △정책 여력 △금융 불균형 확대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의 효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역대 최저 기준금리는 1.25%다. 현재 기준금리가 1.75%인 점을 고려하면 한은은 추가적으로 0.25%포인트씩 총 2회 수준의 인하가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경기 부진에 대응해 인하 가능한 정책 여력이 0.25%포인트씩 2회라는 의미다. 한은이 올 2·4분기 경기 반등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정책 여력을 모두 소모하게 되면 향후 침체에 빠졌을 때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경기부양의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 확대로 연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금융불균형의 추가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배제할 수 없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소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고 소비 확대에 얼마나 효과를 낼 지 의문이다. 사내유보금을 생각하면 기업들도 금리가 높아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며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