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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미국 제조업도 둔화..돈풀어 경기 띄운다

식어가는 세계 경제엔진
무역전쟁·브렉시트 등 변수에 일본·유럽도 제조업 지수 악화
서비스업까지 번질땐 직격탄..각국 중앙銀 금리인하로 선회

[이슈 분석]미국 제조업도 둔화..돈풀어 경기 띄운다
세계경제 둔화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제조업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시사를 계기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재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졌다.

■ 美제조업지수 10년만에 최저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주요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하락하거나, 오르더라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제조업 PMI는 이달 50.1로 하락했다. 활동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을 턱걸이해 넘기기는 했지만 약 10년 만에 최저치다. 5월 50.5에서 둔화됐고, 특히 지난해 말 이후 미국 제조업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강화됐음을 보인 뒤 발표된 낮은 지표라 미국 성장동력인 제조업 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부진이 지속되는 유럽은 사정이 더 안 좋다. 6월 제조업지수는 47.8로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비록 지수 자체는 오름세를 보여 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활동 수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을 맴돌고 있다. 2·4분기 유럽 제조업지수는 분기 기준으로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게 됐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2위 경제국 프랑스가 '노란조끼' 시위 소멸 국면을 맞아 안정을 찾으며 이전 둔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활동에 속도가 붙고있다. 반면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은 제조업 활동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유로존 17개국도 사정이 좋지 않다. 제조업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이 줄었고, 서비스업도 5년반 만에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장밋빛은 아니다. 제조업지수가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무역긴장 고조부터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을 전망 악화 배경으로 꼽았다. 이들은 또 감세효과가 사라지고,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투자급증 모멘텀이 둔화됐고, 숙련노동자가 달리면서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US스틸은 18일 "시장여건이 둔화됐다"면서 제조업체들의 철강수요 둔화 속에 용광로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을 줄인다고 발표했고, 미국 최대 철강업체 뉴코는 20일 투자자들에게 자동차 등 주요 시장전망이 어두워졌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둔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이코노미스트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자동차 관세 협박과 미·중 무역전쟁 충격파, 투자위축이 둔화의 배경이어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과 그동안의 오랜 제조업 확장세에 따른 일시적인 팽창 중단 상태일 뿐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 전망 비관론..업계 속속 감원

그러나 분위기는 낙관보다는 비관으로 기울어 있다. 무엇보다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거대한 빙산에 언제 부딪힐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더 크다. 이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는 감원으로도 이어진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 세계 수요둔화를 이유로 2015년에 인수한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부문에서 1044명 인원감축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이달 초 세계은행(WB)이 무역전쟁과 기업들의 자신감 저하를 이유로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예상했던 2.9%에서 2.6%로 떨어뜨렸고, 연준과 ECB는 지난주 통화완화를 시사했다.

이미 일부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를 개시했다. 지난달 8일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5일에는 호주(RBA)가, 이튿날인 6일에는 인도(RBI)가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7일에는 칠레가, 14일에는 러시아가 금리인하에 나섰다.
정책담당자들은 제조업 둔화세가 길어지고, 확대되면 비교적 탄탄한 상태로 남아있는 서비스업 등 다른 부문까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서비스업까지 함께 침몰시킬 것인지, 서비스업 활황세가 다시 고용과 소비를 촉진해 제조업까지 살려낼지 지켜보기 위해 중앙은행 정책담당자들의 눈이 바빠지게 됐다. 그렇지만 미·중 무역전쟁 향배를 알 수 없는데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등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공이 어디로 튈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