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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꺼리는 일 하는데" "숙련도 떨어지는데 돈은 같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논란
중소제조업체 600곳 조사결과 "생산성 낮은데 급여 비슷" 부담
캐나다는 외국인 임금 15% 삭감 후 내국인 해고 등 부작용 커 폐지

"한국인이 꺼리는 일 하는데" "숙련도 떨어지는데 돈은 같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삭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한 간담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밝히면서다. 외국인 임금 삭감이 필요하다고 보는 측은 △내국인 대비 떨어지는 의사소통 능력과 생산성 △식비와 숙식비 등 사업주의 추가비용 부담 △외화 유출로 인한 낮은 국내 경제 기여도 등을 꼽는다. 반면 반대 측은 △근로기준법 및 국제협약에 명시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 △값싼 외국인 노동력에 의한 국내 일자리 잠식 △전체적인 근로조건의 악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생산성, 국내 경제 기여도 작아"

외국인 임금 차등 이슈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당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에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건의하면서부터다. 중기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중기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6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4%이나 1인당 월평균 급여는 95.6%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로 △무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와 태업 △의사소통의 불편함과 낮은 생산성 등을 지적했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근무를 마치면 본국으로 가기 때문에 일시적인 퇴직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노동자가 해외로 송금한 돈의 합계가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숙식비용도 부담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부문의 경우 외노자에 사전 공지를 하면 전체 임금의 20% 범위 내에서 현물 숙식비는 공제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등을 법제화하기 위해 국회에는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엄용수, 송석준, 박대출, 이만희, 김학용 의원 등은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지급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언어능력, 한국 체류 기간, 채용 기간 등에 따라 별도로 최저임금을 설정하거나, 수습기간 등을 부여해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이 골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근로자를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근로자와 비교해 임금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위반, 해외 사례도 실패"

국내 근로기준법과 국제 협약에 따라 외국인 임금차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는 남녀의 성,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호도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국 또는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더라도 ILO 협약과의 충돌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예림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협약은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며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해도 ILO 협약과의 모순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국제 협약의 경우 법처럼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될 경우 반인권적 국가라는 오명이 남을 수도 있다. 경제 기여도에 대한 부분도 다르다. 이주노동자 단체인 '이주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100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가 2016년 기준 생산효과 54조6000억원, 소비효과 19조5000억원 등 총 74조1000억원의 경제적 기여를 했다"며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백선영 미조직전략부장은 "이주 노동자 저임금이 정착되면 최저임금 미만 노동이 다른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더불어 내국인 일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2012년 외국인 노동자 임금 15% 삭감 법안을 시행했다 2년 뒤 이를 철폐하기도 했다. 캐나다 기업들이 내국인 대신 외국인을 뽑기 위해 내국인 해고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국·내국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

외국인 임금삭감 문제를 발판 삼아 전체적인 노동 및 경영환경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임금삭감 문제의 시발점이 최저임금 급등에 대한 반작용 측면으로 나온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고용주의 부담과 소득을 고려해 도심지와 지방의 경우 차별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외국인이 아닌 최저임금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수박 농가의 경우 동남아 근로자가 거의 100%에 달하는데 최저임금 차등 논란을 이슈로 법제화가 되면 법의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부 농가들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내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농업 노동자, 경비원 등 일부 근로자의 경우 휴식, 휴일 등에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장근로를 허용한 근로기준법 제59조 역시 '장시간노동'에 대한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백 부장은 "법정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등 외국인 노동자와 더불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환경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