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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지켜지지 못한 北美 약속..한반도 평화 더 늦춰지나

판문점 회동 한달
실무협상 소식없고 北 도발의 연속
"韓美동맹훈련 이후 재개" 전망도
한국은 쌀 거부에 미사일까지 곤혹

[이슈 분석]지켜지지 못한 北美 약속..한반도 평화 더 늦춰지나
뉴시스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약속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긴장과 갈등만 고조됐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동맹 19-2'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북·미 실무협상과 쌀 지원을 거부하던 북한은 급기야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지만 동맹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질 분위기다.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정된 협상시한이 임박해서도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국부무가 북측에 날짜와 장소를 백지위임했지만 북한은 이를 외면했다. 오히려 지난 16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동맹 19-2'를 거론하며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확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미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 예정대로 훈련을 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이 '동맹 19-2'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실무협상도 자연스럽게 훈련이 끝난 후에 열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동맹 19-2를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에 대한 공격훈련을 하는 미국과 협상을 한다는 게 스스로 이해충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8월 5~20일 열리는 훈련기간에는 실무협상을 하기가 껄끄러울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이후 남측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전형적 '통미봉남(미국과 대화하고 한국은 소외)' 전술을 취했다. 인도적 지원을 하려던 국내산 쌀 5만t도 '동맹 19-2' 훈련을 이유로 거부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77일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남용'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 한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오히려 퇴보된 형국"이라며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나아가 북·미 간 비핵화 해법에 차이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일정으로 보면 북한이 8~9월 중에 미국에 확실한 양보를 받지 않으면 연말에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