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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어 실종된 국내 면세점

"외국인이 주고객이니 어쩔 수 없어" vs. "국내 면세점서 한국어 홀대 말아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어 실종된 국내 면세점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 매장에 한글은 없고 중국어, 일본어, 영어 설명만이 내걸려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어 실종된 국내 면세점
서울 중구의 면세점 매장의 제품설명이 중국어와 일어로만 표기돼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어 실종된 국내 면세점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 매장에 내걸린 중국인 전용 판촉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어 실종된 국내 면세점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 매장.
최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11층을 찾은 김미리(55)와 최영지(28) 모녀는 중국어로만 적힌 엘리베이터 안내 표시 탓에 1층으로 내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8층부터 12층까지인 면세점 안을 오가는 전용 엘리베이터와 1층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는데 한글로 된 안내표시가 없어 찾기가 어려워서다.

김씨는 "따로 한글 안내가 없어서 1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는 데 10분 정도 돌아다녔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곳의 화장실과 수유실, 엘리베이터 등 대다수 안내판에는 중국어만 적혀있었다.

한글을 모르는 북미·유럽권 관광객들은 중국어를 한글로 착각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온 에이샤(15)는 중국어가 적힌 배너를 가리키며 "한국어는 모르지만 여기에 적힌 게 한글 아닌가요"라며 되물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주 고객층을 대상으로 안내판 등을 제작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층별 안내 팸플릿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국내 고객들이 불편을 느꼈다면 관련 부서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면세점들의 한글 홀대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국내 면세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80%, 내국인은 20% 수준이다. 면세점 화장품의 경우 99% 이상을 외국인이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면세사업을 사실상 수출산업으로 보고 있다.

많은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중국어, 일본어 표기를 우선하는 것은 이른바 '큰 손'이 대부분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고객이어서다.

특히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크게 줄어든었음에도 중국 단체나 개별 여행객들은 국내 면세점을 먹여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면세점들은 주요 고객인 중국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어 표기도 이같은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것이 면세점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국내 고객들은 '국내에서 영업하는 면세점에서 한글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문제'라고 꼬집는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몇몇 화장품 매장에는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점원만 있었다.

제품 정보를 물어보자 "한국어는 잘 못 해요"라고 답했다. 모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점원 위샤오위씨는 "국내 고객들은 화장품 뒤에 쓰여있는 글씨를 읽을 줄 알아서 우리가 따로 안내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내국인들의 불편함이 많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자국 언어가 곳곳 퍼져 있어 편리할 뿐 아니라 환대받는 느낌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롯데면세점을 둘러보던 관광객 마오톈이씨는 "한글을 못 읽고 한국말을 못 해도 한국 면세점에서는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강현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