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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물가 낮아지면 소비·투자 위축…'악순환 차단' 발등의 불[이슈분석·디플레 우려 발빠른 진화, 왜]

물가 사실상 두달째 마이너스
정부·한은 "연말엔 반등할 것"
공포심리 잠재우기 나섰지만
기대인플레 9월 1.8%로 역대 최저

기대물가 낮아지면 소비·투자 위축…'악순환 차단' 발등의 불[이슈분석·디플레 우려 발빠른 진화, 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로 집계돼 공식적으론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0.04%)였지만 지표상 0%로 처리됐던 8월에 이어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전문가들 중에서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산물이나 유가와 같은 공급측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연말부터 물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책당국이 심리 차단에 적극적인 이유에는 디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때문이다.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기대 물가 수준을 낮추고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부진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하락 중인 기대인플레이션

3일 한은에 따르면 앞으로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월에 1.8%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고 지난 2002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보였다.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물가상승률 하락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진 것은 물가상승률이 8월에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낮아진 영향"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은 통상 실제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11월 농산물 가격 급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으로 물가가 2%대를 나타낸 바 있다.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오는 11월까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이 기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경제주체들이 미래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소비나 투자를 미루는 심리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소비 및 투자 위축은 경기악화를 부르고 다시 물가에 하방압력을 줘 물가가 장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기대인플레이션이 0%대나 마이너스가 나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게 사전에 디플레이션 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의 부족한 여력

디플레이션 심리 차단에 적극적인 것은 부족한 정책여력도 원인이 된다.

정책적으로 물가에 상승압력을 주기 위해서는 소비나 투자를 확대시키는 수요측 물가압력을 자극해야 한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써야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내년도 예산은 정해졌고, 추가경정예산도 이미 집행한 상황이라 정부가 연내 쓸 수 있는 정책적 카드가 없다.

가능한 정책은 한은의 금리인하 정도다. 하지만 한은도 금리인하 여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1.50%로 역대 최저치가 1.25%임을 고려하면 한 차례(25bp, 1bp=0.01%포인트) 금리인하할 여력이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실효하한인 1.00%까지 기준금리를 내린다 해도 2차례(50bp) 인하가 전부다.
실효하한은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저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지난해 4·4분기부터 지난 2·4분기까지) 마이너스인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이 진행 중"이라며 "(대응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야하는데 필요에 따라 금리를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에서도 노동시장 관련 정책(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등)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