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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한은 추가 금리인하, 그리고 '연준·물가·부동산'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과 동시에 추가 금리인하 의지도 드러냈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주요 거시경제지표나 경제 상황, 대외여건 등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이 주목하는 지표는 근원물가의 움직임일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경기, 소비심리 등도 그대로 녹아 있다.

아울러 한은 통화정책의 여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움직임도 중요하다. 금리인하의 부작용 측면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주목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상승률은 0.6%였다. 지난 1999년 12월 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초 근원물가 상승률이 1% 초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났다. 올해 1~9월 누적근원물가 상승률은 1.0%다. 연간 기준과 비교해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결국 한은이 지난 7월과 이달 금리를 인하한 것은 물가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은 근원물가의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근원물가 상승률이 반등하지 못하면 한은은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근원물가의 하락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지고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시켜 소비나 투자 부진을 부르기 때문이다.

근원물가 하락으로 금리인하가 필요하더라도 한은 입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움직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과의 금리 차이에 의해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 수준은 미 연준이 비해 0.75%포인트가 낮다. 외국인 자금 이탈 측면에서는 이 격차를 현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이미 올 들어 2차례 금리를 인하한 만큼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10월과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준이 인하에 나선다면 한은도 금리인하의 여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 금리인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리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은 가계부채 형태로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것이다. 지속될 경우 한은 설립목적 중에 하나인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정책실패를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10월 둘째주(14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시점으로 봐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7월 첫주부터 상승 반전된 것이다. 서울이 오르면서 전국 부동산 가격도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다.

다만 한은은 아직 부동산 시장이나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0월 금리 인하 이루 간담회에서 "7월에 금리를 인하했지만 그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는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인하의 부작용은 부동산과 대출 증가인데, 규제강화로 대출 증가율은 억제되고 있다"며 "7월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무게중심은 금융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어느 정도 이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