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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무리한 법인화 후유증?… 年 세금 150억 내야할 판

수원시와 세금소송전 패소 등
무상사용 토지에 세금 내야 돼
국가기관 비과세 혜택 없어지자
세금 면제 법인화법 개정 추진

"이대로 가다간 파산을 선언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8년동안 곪았던 서울대 재정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대가 매년 약 15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려서다. 전체 재정에 비하면 큰 비중은 아니지만 이전처럼 국가기관에 따른 비과세 헤택을 받을수 없어 재정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허기 위해 서울대는 전방위적 입법 로비에 나섰다. 지난 9월 세금 면제를 담은 총 19개의 법률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법인세법·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 등 16개와 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지방세징수법 3개다.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무상으로 사용해온 토지에 대한 취득세, 재산세 등 주로 지자체가 부과·징수하는 지방세 이슈가 대부분이지만 세금 체계 전반을 손봐야 의미가 있는 터라 기획재정부 소관의 국세법도 모두 개정토록 손 쓴 것이다.

서울대가 세금문제 해결을 위해 개정안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도 국세·지방세 납세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자체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올 2월, 4년 임기로 취임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도 임기를 시작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금 면제를 위한 법인화법 개정안 추진을 천명한 바 있다.

■수원시와의 지방세 싸움 패소

서울대가 세금 면제를 위한 세법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수원시와의 세금 분쟁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최종 패소하면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서울대가 보유한 부지, 시설물 등이 위치한 지자체들이 세금 부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관할 소재 서울대 부동산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교육목적을 제외한 수익시설, 상업시설, 산학협력 시설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세금을 부과했다. 부과 금액은 3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2017년 강원도가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지방세 5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2017년 첫 삽을 뜬 시흥시 배곧신도시 서울대 스마트캠퍼스도 골칫거리다. 시흥시로부터 배곧매립지 총 66만2000㎡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는데 전체 부지 중 산학 R&D시설, 의료연구시설 등 51만4000여㎡ 부지의 토지·시설물 등은 교육목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수십억의 세금을 납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세법 전문가들은 이같은 서울대의 법 개정 움직임이 법인화의 장점만 취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인은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것이 조세 원칙"이라며 "조직의 필요에 따라 법인화를 추진해놓고 국가조직인 것처럼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모라토리움 선언할수도"

서울대는 충분한 검증·분석 없이 법인화가 졸속 추진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입김으로 사전준비 없이 '법인화를 당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졸속입법의 전형적 사례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민영화를 통해 공무원 수를 쉽게 감축할 수 있는 국가기관으로 국립대를 정조준하면서 서울대가 대표적인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졸속으로 법인을 추진하면서 입법미비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법인화 이후 교육부 소속 공무원이던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 3000여명은 민간인 신분이 됐다. 이번 세법 개정도 당초 법인화 취지에 맞게 입법 미비를 보완하는 것일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인화법 부칙 8조에는 법인화 이후에도 국가의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한다고 돼있다. 교육에 투자할 정부지원금을 세금 납부에 쓰는 것도 문제다. 서울대 한 해 예산은 8000억원 수준인데 이 중 4500여억원을 국가에서 받는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서울대는 매년 증여세, 재산세, 취득세 등 총 150여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체 예산의 60%가 인건비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3200억원 정도"라며 "이대로 가다간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다. 개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법인화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법인화에 따른 논란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