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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WTO개도국 지위 잃은 농민.. 공익형 직불제 결국 '8000억 예산 싸움'

정부 "2조2천억" 野 "3조 규모"
예산 규모 간극 커 도입 난항

[이슈 분석] WTO개도국 지위 잃은 농민.. 공익형 직불제 결국 '8000억 예산 싸움'
'WTO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농업분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공익형 직불제' 도입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직불제 예산 규모와 관련해 정부와 야당 간 간극이 크고, 맞물려 논의 중인 쌀 목표가격 산정은 여야 간 입장차로 지지부진하다. 내년 3월 공익형 직불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 15조2990억원 중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으로 2조2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는 올해 1조4122억원 대비 55.8% 늘어난 규모다.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을 전제로 한 예산 편성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에 편중된 현행 직불제를 품목·지목 구분 없이 지급하고, 중·소규모 농업인의 소득을 높여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연평균 직불금 예산은 1조8000억원(실제 집행액은 1조7000억원)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농업인 소득보전 측면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WTO 개도국 지위 배제' 발언으로 촉발된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의 대안으로 꼽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농업분야에서 관세율과 정부 보조금 등 특혜를 받았지만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차기 농업 분야 협상에서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아 향후 WTO 농업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올 연말까지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농업소득법)'의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법안이 차질 없이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재정 규모다. 정부와 야당 간 간극이 크다. 국회 농림수산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간사단은 지난 1월 2조4000억~3조원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책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3조원 규모로 편성할 것을 주장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으로 편성한 2조2000억원보다 최대 8000억원이 많다.

다만 정부는 농업분야의 예산 소요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친 확장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내년 예산안 심사에서 법안을 함께 논의키로 했다.

여기에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맞물려 논의 중인 쌀 목표가격 산정도 변수다.

당정은 지난해 2022년까지 적용하는 쌀 목표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9만6000원(80㎏기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인 18만8192원보다 높다. 쌀값이 목표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5년 단위로 조정된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