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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주병 연예인 사진...음주 미화vs뭔 상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주병 연예인 사진...음주 미화vs뭔 상관?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소주병(왼쪽부터)에 있는 연예인 광고. 사진=이설영 기자
"소주도 담배처럼 간경화 환자 사진을 부착해야 한다."
"소주 외에 다른 식음료 여성 모델들은 성상품 조장이 아닌가요"
정부가 소주병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의 사진이 부착돼 있어 청소년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지만, 연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유독 여자 연예인만 부착한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참이슬' 병에는 아이돌인 아이린의 사진이, 2위인 '처음처럼'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의 사진이, '좋은데이'에는 아이돌인 세정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업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주잔 바닥에도 연예인 사진을 붙여 술을 마시면서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술에 연예인을 내세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국회 남인순 의원도 "담뱃갑에는 경고사진이 붙어있는 반면, 소주병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있다"며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이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흡연에는 엄격하면서 음주에는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흡연의 경우 흡연구역이 점점 줄어드는 등 갈수록 쉽지 않은 환경이 되고 있는데, 음주는 음주운전 등 사고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까지 내세워 광고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소주병에 있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구매 요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은연 중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소주병 모델로 '참이슬'은 이영애,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남상미, 하지원, 이민정, 문채원, 공효진, 아이유, 아이린을 기용했다. '처음처럼'은 규혜선, 이효리, 고준희, 신민아, 수지가 모델을 했다. 모두 당대 최고 여자 스타들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주병 모델 때문에 소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의견이다. 올해 출시돼 레트로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진로이즈백'은 연예인 사진이 판매량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차라리 술·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실제 2016년 12월 담뱃갑에 경고그림 제도를 시행한 뒤 약 3개월 가량은 담배 판매량이 꾸준히 줄 어들었으나, 2017년 3월에는 2억8000만 갑이 팔려 2016년 판매량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가 이런 것까지 규제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유경제국가에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기업이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인데,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해외에 이런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틀렸다는 주장은 맞지 않으며, 시장을 좀 자연스럽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