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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장어린이집, 여직원만 '가점' 부여?…"공동육아라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장어린이집, 여직원만 '가점' 부여?…"공동육아라면서"
사진=뉴스1

#. "육아는 아빠와 엄마 다 같이 참여하는 건데, 아빠라는 이유로 (직장어린이집) 순위가 밀리는 것은 이해를 못 하겠다"(A전자 남성 사원)
#. "여직원의 경력단절을 막고자 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한 것. 취지를 봤을 때 여직원 가점은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다" (B건설사 여성 과장)

[파이낸셜뉴스] 각 기업이 내년도 직장어린이집 원생을 모집하는 가운데 일부에서 '여성 직원 우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어린이집 원생 모집 규모가 적기 때문에, 여직원을 우대할 경우 남성 직원의 기회가 사실상 박탈돼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반면 여성에 대한 육아 부담이 여전한 데다, 경력단절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여직원 우대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생 선발 우선순위 '갑론을박'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A전자의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직장어린이집 우선순위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이 업체는 어린이집 원생을 △한 부모 가정 △여성 사원 △남성 사원 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사내 게시판에는 남성 직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공동 육아'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맞벌이가 대부분인 가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한 남성 직원은 "아내가 오후 7시에나 일이 끝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내가 직접 돌봐줘야 한다"며 "이 때문에 원생 모집에 대한 우선순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B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건설사는 원생 모집 시 여성 직원에게 1점의 가점을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한 남성 직원은 "대다수의 맞벌이 남자직원들에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어린이집 설립 취지상 우대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A전자의 여성 직원은 "우선 평등해진 다음 (우선순위에 대해)이야기하자"며 "직장어린이집은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B건설사의 한 남성 과장은 "직장어린이집은 '여성 고용 촉진'이라는 관련법에 근거해 만든 것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성 직원의 목소리에 공감하기도 했다.

경력단절여성 비율 및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
2014 2015 2016 2017 2018
여성경제 활동참가율 51.5 51.9 52.2 52.7 52.9
경력단절여성비율 22.2 21.7 20.5 20 20.5
(통계청)

■"다툼보다 인프라 확충 요구를"
전문가들은 대체로 육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쏠려 있는 만큼, 우대 정책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대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정석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며 "현실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지난 2014년 22.2%에서 지난해 20.5%로 5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여성의 경제참여 활동 비율도 같은 기간 51.5%에서 52.9%로 개선 폭이 높지 않았다. 여전히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윤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부모 중 누구라도 주 양육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직원 간 갈등보다는 기업과 지자체의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김 교수는 "직원 간 파이 싸움이 아니라 직장어린이집 의무 기준 확대,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이 활성화된다면 성별에 상관없는 분위기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남성 직원들의) 일부 불만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인구절벽 해소 등 국가 정책과 관련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어린이집 #경력단절 #공동육아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