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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원조'원팀 체계' 구축…사업성과 데이터로 보여줄것"[데스크가 만난 사람]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에 듣는다
'위기의 코이카' 구원투수로
외부위원 중심 혁신委부터 구성
첫 경영원칙은 '백 투 베이직'
올해는'액션 투 체인지'에 집중
내년 운영 목표는'혁신 2.0'
"2021년이면 코이카도 30주년
단발성 아닌 프로그램형 사업 추진
국제기준 도입, 결과 수치화할것"
신남방 연계 사업도 본격화

"개도국 원조'원팀 체계' 구축…사업성과 데이터로 보여줄것"[데스크가 만난 사람]
이미경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비즈니스룸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그동안의 경영성과와 운영 기조, 내년 경영목표 등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침체된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경영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 뒤 "내년에는 '혁신 2.0'을 기치로 내걸고 사업의 개량화와 데이터경영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침체된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경영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혁신 2.0'을 기치로 내걸고 사업의 개량화와 데이터경영을 이끌 것입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취임 이후의 성과와 내년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당시 최악의 상황이던 코이카를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코이카는 지난 박근혜정부 시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2017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코이카는 최하등급인 'E'를 기록했다.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고, 특히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심해 반전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미경 이사장은 2017년 11월 코이카 이사장에 취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5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내에서 중진이었던 이 이사장이 맡기에는 그리 큰 감투는 아니었지만 국회 상임위 활동과 과거 시민단체 당시의 경험을 살려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코이카의 경영실적 평가 등급은 C다. 이 이사장 취임 당시에 비해 두 계단이나 상승한 것으로 갈 길이 멀지만 '아주 미흡'한 단계에서 '보통' 수준까지 등급이 올라간 것은 이 이사장과 코이카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정인홍 정치부장

-취임 이후 이것만큼은 이루고 바꿨다는 것이 있다면.

▲취임 당시 코이카는 국정농단 사태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이사장이 물러나고 이후 7개월 동안 이사장직이 비어있는 등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태였고, 우선 '위에서 찍어누르는' 사업이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착수했다. 이게 가장 큰 혁신의 하나인 것 같다. "문제가 왜 일어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와 시민사회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10대 혁신과제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이행하는 작업을 벌였다. 또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혁신이행 독립패널'을 만들어 코이카의 혁신과제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게 해 투명하게 관리했다. 뿐만 아니라 침체된 조직의 사기를 바로 세우고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를 조직 경영의 원칙으로 삼고 조직의 미션·비전 등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시민운동가,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코이카 운영에 어떻게 접목시켰는지.

▲'코이카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인권시민운동가로서 20년, 국회의원으로서 20년 동안 쌓아 온 경험을 종합적으로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20년 동안 국회에서 한 다양한 상임위원회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코이카 사업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활동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먼저 우리가 지원하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에 속한 44개국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과 같은 선진 공여국이나 유엔 기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또 개발협력의 효과성을 어떻게 잘 살릴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코이카 이사장으로서 유능한지 무능한지 가르는 척도이자 갖춰야 할 전문성이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과 교육·농업·보건과 같은 전통분야에서부터 지역개발·에너지·물관리, 최근 강조되는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야에 성평등·정의·평화·인권 등 가치적 요소까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을 매우 필요로 하는 일들이다. 이런 점에서 20년간 의정활동과 시민사회활동은 코이카 이사장을 수행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 성과를 꼽는다면.

▲회사를 바로 세우는 과정 외에도 코이카의 주요 업무인 해외 지원 사업에서 유관 기관과의 협조 체제를 만들 것도 성과라고 본다. 우리 정부의 대회 무상원조 총액에서 코이카 비중이 줄어들고 다른 부처들이 많이 비중을 가져가는 방식이 생기면서 무상원조 집행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낭비가 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지원이 이뤄지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한국이 '코리아 원팀'이 못되고 부처들 마다 다 따로 하는 사업이 생겼고 원조를 받는 나라들도 난감해하는, 소위 말하는 원조의 분절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원조 전문기관' 코이카의 정체성을 살렸고 다른 부처와의 긴밀한 협조와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했다. 또 그런 협조관계를 만드는 기구인 '국제개발협력사업협의회'를 만들어 내가 회장을 맡고 다양한 협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것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과정에서 떨어졌던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올라가게 돼 보람이 있었다.

-올해 특별한 보람이 있다면.

▲올해는 원칙과 철학을 분명하게 하고 경영에서의 많은 혁신을 이뤘다. 인사시스템 안정, 양성평등 기조 지속, 청렴도 제고, 사내 무기계약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 변화된 것들이 많다. 취임 첫 해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백 투 베이직'이었다면 올 한 해는 '액션 투 체인지', 즉 혁신·변화·행동이라는 주제가 사업의 방점이었다. 특히 해외에 있는 코이카 현장 사무소의 책임을 끌어올리고, 사업의 주도성과 권한을 더 강화시켜주는 변화를 이끌었다.

-내년 운영 기조의 핵심은 뭔가.

▲내년에는 '혁신 2.0'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사업과 평가의 고도화를 하려고 한다. 코이카의 사업은 프로젝트형과 프로그램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프로젝트형은 쉽게 말하면 단품요리고, 프로그램형은 여러 가지 단품요리로 구성된 코스요리다. 내년에는 프로그램형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여기에 국제적 평가 기준을 도입하고 새로운 기준도 만들어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미 일본은 십수년 전부터 그런 사업을 하고 있는데 2021년이 되면 코이카도 30주년을 맞는 만큼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실력이 올라왔다고 보고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신남방정책 추진 사업을 소개한다면.

▲또 내년부터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연계한 사업들이 중점적으로 착수될 예정인데 대표적으로 '메콩 평화마을 조성 프로그램', '베트남 중부지역 스마트시티밸리 프로그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등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신남방 정책에 이어 신북방 정책에 대한 사업 기획도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해외사무소에서 수립한 국가지원계획(CP)에 따른 사업 발굴도 추진할 계획이며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해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개도국 원조'원팀 체계' 구축…사업성과 데이터로 보여줄것"[데스크가 만난 사람]
■ 이미경 이사장 약력 △69세 △부산 △한국여성민우회 부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유엔 세계여성회의를 위한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15·16·17·18·19대 국회의원(여성 최다선)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문재인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코이카 이사장(현)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데 코이카 역할은.

▲환경문제는 특정 국가, 특정 지역만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자동차도 거의 없고, 공장도 없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22개 섬나라 국민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환경난민'이 되는 것을 보면 전 세계가 함께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바로 환경문제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 중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자 2015년 신기후체제를 수립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지구 온도 상승 억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화 이후 1880년부터 2012년가지 지구 평균기온이 0.8도 상승해 우리가 극심한 기후 변화의 문제를 겪는 것을 보면 모두가 기후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코이카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군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해 이 지역 전력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갈라파고스 지역 생태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전력수급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에콰도르 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사업이다.

-특히 환경분야에 관심이 높으신데.

▲갈라파고스 제도 중 관광 및 소비가 중심인 산타르쿠즈 섬에 건립한 태양광 발전소는 해당 지역의 6.5% 전력을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화석연료인 디젤유 사용 감소와 온실가스 저감을 도출했다.
코이카는 태양광 발전소 외에도 홍보관 및 훈련센터 건립을 통해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에너지 사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식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코이카는 태풍 피해에 취약한 필리핀에서 해수면 상승 경보시스템을 도입해 재해 대응력을 높이고, 디젤발전 의존도가 높은 피지에서는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해 오염원 차단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기후변화대응 정책 연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리=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