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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동산 PF 규제, 사업안정성 해친다"[이슈 분석]

증권사 자기자본 증가 감안해야
중소형사 위험도 더 높아질 것

"과도한 부동산 PF 규제, 사업안정성 해친다"[이슈 분석]
금융당국이 증권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증권업계 사업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가 개발사업의 건전성을 높이고, 자금조달책을 제공해온 터라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에 따른 순기능 억제와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위원회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에 대해 그동안 PF가 늘어난 만큼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려 리스크관리를 해온 점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성급히 규제를 내놨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액은 2015년 말 16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6조2000억원으로 59%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 34곳의 자기자본은 37조3447억원에서 55조1342억원으로 48% 늘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을 2배 가까이 늘렸다. 덕분에 2015년 3월 자기자본 대비 PF채무보증 비율은 최대 400%였으나 지금은 200%로 낮췄다.

이번 규제는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위험액 산정 위험값을 더 높게 반영(12%→18%)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지분투자 등에 몰려 되레 부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총량 규제가 시행될 경우 감소한 Q(Quantity)를 만회하기 위해 P(Price, 수수료·금리)를 높일 유인이 커진다. 현재 취급하는 위험 수준의 익스포져 대비 고위험·고수익 PF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PF 이외에 해외투자, 기업금융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급격한 사업포트폴리오의 변화는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을 동반하고, 이는 사업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PF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 개발산업의 건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분양가 축소 등을 유도한 점이나 '문제' 사업장의 자금 조달줄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규제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따른다. 대형 증권사들의 PF부문 경쟁강도가 낮아져 중소형사의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PF 조달이 줄어들면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에 차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나 아파트 상가 건설자금 등 은행권에서 조달에 실패한 사업장은 증권사 PF로 조달에 나선다.
증권사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는 기능을 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LTV)을 50%로 제한하는 등 원금 확보에 문제가 없도록 통제해왔다.

이번 규제로 증권사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에는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의 PF 익스포저 감축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는 개발사업의 신용보강과 보험적인 역할의 측면이 강한데 연체율이 줄었음에도 금액이 커졌다는 것만으로 규제에 나선다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종금업을 겸업하면서 부동산 금융과 리스크관리를 특화시켜온 증권사임에도 채무보증 비율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