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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미전략 장기전 돌입[이슈 분석]

국제사회 반응·美 상황 주시하며
유리한 대화정국 올때까지 관망

북한이 비핵화를 고리로 한 대북제재 완화를 겨냥한 대미전략에 대해 장기전 모드에 돌입한 양상이다.

미국의 관심이 중동문제로 옮겨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국면이 본격화되면 북한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우선 관망세를 유지한 채 국제사회의 반응과 미국 측 내부사정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능력 향상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자력갱생' 올인…北 장기전 대비

13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갈음한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문이나 지난 11일 김계남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보면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의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북한 주민의 자력갱생이 강조되고 '정면돌파' 전투를 벌이겠다는 당의 의지가 지속적으로 강조된 것 역시 장기전 대응 차원이며, 김 고문이 담화에서 미국에 또다시 태도변화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 고문은 "(북·미) 대화가 되려면 미국이 우리의 조건을 수긍하는 조건에서는 가능하나,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전폭적 양보조건이 없는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이란 간 중동사태 추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 추이를 봐가면서 유리한 대화정국의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협상방법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장기적 상황 관망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다.

■北, 핵능력 강화 지속(?)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10일 북한 평안북도 영변군 핵시설 내 50㎿ 원자로 주변에서 최근 몇 년간 특이한 활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켜보는 것을 아는 북한이 장기전을 시사하며 핵무력 증진을 보여주려 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자로는 1990년대 중반 이미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38노스가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구조물이 바뀌고, 있던 것이 없어지는 등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영변이 북한 핵의 산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의미는 작지만은 않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과연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그러면서 "당초 북한이 영변 핵폐기를 카드로 내밀고, 자기들이 대북제재를 풀어보려 했으나 그게 잘 안되니 영변의 활동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