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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연장 위해선 호봉제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해야" [이슈 분석]

'고용연장' 논의 쟁점 부상
고령화·청년인구 감소로 불가피
청년고용 감소 부작용은 막아야

"고용연장 위해선 호봉제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해야" [이슈 분석]
고용연장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용연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논란은 정치권, 경제계, 노동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지만 현재의 경직된 노동제도와 기업 부담을 감안했을 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고용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연공서열 폐지' '직무급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 비용이 급증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기업에는 '고용 의무'가 아닌 '고용할 유인'을 줘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공서열, 노동경직성 해결해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용연장과 관련) 60세 이상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께서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황 수석의 언급은 고용연장이든 정년연장이든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고용연장' 발언이 단순 '정년연장'이 아닌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장년층 고용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구구조 고령화, 청년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인해 고용연장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고용연장의 전제조건은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 직무급제 도입 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근속연수가 늘면 연봉도 커지는 연공서열형 제도하에서는 단순히 정년연장을 할 경우 기업의 비용 증가로 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용연장과 관련해 기업의 직무배치 권한 확대 등 인사권을 확대해 주는 노동유연화 정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법으로 정년을 보장하기보다 법정 정년을 60세로 하고, 그 이후는 일본처럼 기간제 근무 촉탁직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년일자리 패러다임은 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생산성 있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며 "단순히 나이와 정년으로 접근하지 말고, 기업과 장년 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속고용제 도입 추진

정부는 지난해 9월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현 정부 임기 내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구체적 방식은 기업에 맡기는 제도다. 실제로 일본 등 우리보다 빠른 고령화를 겪은 나라들은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60세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임금의 약 40%를 삭감하는 고용유지 정책을 펴고 있다"며 "노사가 합의를 통해 정년을 연장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형태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년 고용은 청년일자리와 서로 뺏고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장년층의 고용연장은 은퇴 후 연금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 60세에 은퇴하면 연금수령 시기인 62세까지 2년의 연금공백이 발생한다"며 "2023년에는 연금수령 시기가 64세로 늦춰지고, 그에 따른 노인 소득분배도 약화되면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개선된 고용지표를 두고 낙관적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 개선된 고용통계는 지난해 안 좋았던 기저효과 50%에, 재정투입으로 인한 50대 이상 일자리 증가가 50% 정도"라며 "일시적 고용지표 개선을 자축하기보다는 장기적 차원의 대책과 40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재교육정책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