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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비례정당… ‘원내1당’ 앞에 내팽개친 명분과 원칙 [이슈분석]

통합당, 공천 내상 회복 작업 절실
민주당은 범여 연합 출범 후 침묵
꼼수 비판 무릅쓰며 수 싸움 치열

4·15 총선에서 원내 제1, 2정당 모두 비례 위성정당을 내놓으면서 범여권과 범야권 모두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한 정당은 비례의석 확보에 제한을 받는 준연동형비례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연합'이란 형태를 빌려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고 앞서 미래통합당은 대놓고 비례의석 확보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권력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꼼수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원내 제1당 차지를 위한 민주당과 통합당의 수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까진 한국당 공천관리위가 통합당 영입인재를 공천에서 배제해 내상을 입은 통합당이 흔들리고 있지만, 먼저 상처를 입은 것뿐이란 분석이다.

6개 정당이 연합한 비례정당을 출범시킨 민주당도 워낙 다양한 세력 간 집합체이다 보니 향후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누가 문제를 덜 일으키느냐'에 따라 승패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 '답변회피' vs. 통합 '전전긍긍'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출범에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으로 고발하며 비난했던 민주당은 이날 결국 범여 비례연합정당을 출범시켰다.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이날 위성정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분위기를 살폈다. 굳이 비례정당 참여 명분을 알리거나 불필요한 설명이나 또 다른 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회피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할 말 없다. 물어봐도 답 안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고, 제윤경 선대위 대변인은 "최고위에서 (비례연합정당) 그와 관련해 논의된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통합당은 비례후보 공천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의 상황을 지켜보며 전전긍긍해야 했다. 통합당에서 영입했던 인재들이 대거 당선권에서 밀리면서 발칵 뒤집힌 통합당과 한국당 최고위는 공병호 공관위원장 설득에 집중했다. 공병호 공관위원장의 비례 공천 작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한선교 한국당 대표에 대한 비판에 이어, 최종적으로 황교안 대표 리더십 비판까지 터져나오면서 통합당으로선 내상 회복단계 작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마이너스 상태 놓인 여야

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한국당에서의 공천 논란으로 이미 '마이너스'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영입된 인재는 물론, 기존에 추천명단에 올랐던 인사들 모두 배제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야권 보수통합을 이루는 과정에 내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이뤄진 한국당 비례 공천이 통합당의 정치적 명분을 희석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범여권을 구성해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던 민주당도 비례정당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명분상 비판은 피해가지 못해 통합당과 같은 상황이란 지적이다.

다만 공천으로 타격을 입은 통합당과 달리, 연합정당으로 비례정당을 구성한 민주당이 공천 논란을 피해간다면 마이너스 상태에선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통합당과 한국당 입장에서 비례정당에 뛰어든 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평가가 가능하다"며 "민주당의 경우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가는 중 아닌가 싶다. 만약 민주당에서도 공천 잡음이 생기면 마이너스가 되겠지만 잘 마무리하면 플러스는 아니어도 악영향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형식상으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행동이지만 의석 경쟁에선 한 석이라도 중요하니 이런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며 "연동형비례제 도입에 반대한 통합당과 달리 민주당이 이런 편법을 쓰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