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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98% 줄었는데 임대료는 ‘꼼수 할인’… 폭발한 면세점들 [이슈 분석]

[코로나19 위기의 기업들]
공사, 임대료 20% ‘뒷북 할인’
그마저도 내년에는 포기 강요
매출액 20배를 임대료로 낼 판
롯데·신라 1터미널 입찰서 철수

매출 98% 줄었는데 임대료는 ‘꼼수 할인’… 폭발한 면세점들 [이슈 분석]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내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이 휴점에 돌입한 지난 달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 문이 내려가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하루 입국자 수가 천명대로 떨어지면서 면세점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하루 매출 100만원'인 곳이 속출할 정도로 매출이 수직하강하면서 올 1·4분기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면세점들의 위기감은 뚜렷하다.

이 가운데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롯데와 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빠지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정부를 향한 불만도 커졌다.

■'조삼모사'식 임대료 할인에 폭발

9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최근 진행 중인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놓치기 힘든 이른바 업계 '간판'이다.

신세계의 경우 입찰전에서 탈락한 상황이라 국내 면세점 업계 '빅3'가 모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면세점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천공항 임대료를 향한 업계 불만은 한없이 고조된 상태다. 어려운 상황을 감안했다며 내놓은 1차 방안에는 대상을 소상공인으로 한정해 면세업계를 실망시켰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월 300억~400억원대로, 소상공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해 대기업 비중이 90%에 달한다. 이후 정부가 임대료 20% 할인을 결정했으나, 인천공사가 '내년도 임대료 할인 포기'라는 단서를 달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졌다.

출국객이 주 고객인 면세점 수익은 항공 국제선 승객 수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국제선 여객 수 증감에 따라 ±9% 조정된다. 즉 올해 이용자 급감이 확정적인 만큼 내년도 면세점사업자는 임대료를 9% 감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사가 6개월 임대료 20% 할인의 대가로 포기하라는 것은 이 9% 감면분이다.

그런데 내년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관광객 수가 다시 늘어나면 2022년 임대료는 9% 인상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공사는 사실상 '내년도 9% 인하'에 대한 포기각서를 쓰라는 것"이라며 "올해 최대 6개월까지 고작 임대료의 20%를 할인하면서 내년과 후년에 내야 할 임대료를 올리는 게 감면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조삼모사'식 생색내기 대책보다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매출 90% 줄어…1분기 적자 예상

하루 입국자 수가 천명대로 떨어진 현재 면세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코로나19 파장이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 국내 면세점 매출은 90%까지 급감했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의 활약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던 국내 면세점 실적은 올 1·4분기부터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 수 급감이다.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공항 역시 출국객이 천명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예년 평균 10만명의 1%에 불과하다. 천명이 입출국하더라도 이들 중 몇 명이나 면세점 쇼핑을 할 여유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4월 매출은 지난해 일평균 대비 98% 하락해 매출액의 20배를 임대료로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업계는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1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큰손'인 중국 다이궁들에게 의지하기도 힘들다. 한국과 중국 입국 후 각각 2주씩 자가격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실익이 크지 않아 활동을 멈춘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는 적자만 면해도 선전한 것으로 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