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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적자보다 무서운 ‘불황형 흑자’ [이슈 분석]

배당 증가 4월 일시적 적자 예고
수입 둔화땐 내수·생산도 악화

경상적자보다 무서운 ‘불황형 흑자’ [이슈 분석]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계절적으로 4월은 일시적으로 배당금 지급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외화유출로 경상수지 하방 압력이 크다. 지난해 4월에도 배당금 지급으로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를 냈다. 다만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는 경제 펀더멘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되레 경상수지 구조가 지난 3월을 시작으로 '불황형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불황형 흑자는 경기부진 등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통관무역수지는 50억4000만달러였다. 통관무역수지를 고려하면 3월에도 우리 경상수지는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통관무역수지에서 포착되지 않는 중계무역·가공무역 등 해외생산이 포함되기 때문에 통상 경상수지가 통관무역수지보다 15억~40억달러 크게 나타난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내겠지만 3월부터는 불황형 흑자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전체 통관수출은 0.2% 감소한 469억1000만달러, 통관수입은 0.3% 감소한 41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소폭이지만 불황형 흑자 구조다.

불황형 흑자 구조는 4월에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의 개선된 흐름과 달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출보다 수입에 더 큰 하방 압력이 되고 있다.

불황형 흑자로 수입이 감소하는 건 국내 생산과 투자, 소비 위축을 의미한다. 이는 경상수지가 질적 악화로 인식되며 수출둔화만큼이나 경제에 위협적이다.

류승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방향성으로 보면 유가 하락과 서비스수지 감소가 많아서 불황형 흑자로 나올 것 같다"며 "불황형 흑자는 수출 증가로 만들어진 흑자가 아니다. 실물 측면에서 부진하다는 의미이고,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반대로 4월 경상수지 적자는 우려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만성적자 구조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 적자전환이기 때문이다. 4월 배당금 상위 20대 기업의 4월 외국인 배당금은 5조3818억원이다.
국내 기업들은 3월 주총 이후 한 달 이내 배당금을 지급해야 해 외국인은 이달 20대 기업으로부터 43억7000만달러가량을 챙긴다. 따라서 상품수지에서 대규모 흑자가 나지 않는다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4월 배당금 지급 대폭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올해도 4월에는 배당금 지급액이 평월에 비해서 많지만 현재까지는 객관적 수치가 없어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