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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충격에 공론화 띄웠지만…밑빠진 독 될라 우려 커 [이슈분석 | 전국민 고용보험]

경제활동인구 중 절반만 혜택 받아
코로나 실업난에 도입 논의 공론화
작년에만 고용기금 잔액 2조 줄어
재정 문제로 현실화는 산 넘어 산

고용충격에 공론화 띄웠지만…밑빠진 독 될라 우려 커 [이슈분석 | 전국민 고용보험]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논의가 떠오르고 있다. 고용보험의 전 국민 적용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뜩이나 재정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고용보험 확대로 사각지대 해소"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논의의 불씨를 댕겼다.

다음 날인 2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자신의 SNS에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제도의 성벽이 이번 코로나 해일을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라며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적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차원에서 어려움을 인식하는 정도"라며 "구체적으로 논의가 오가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직), 영세자영업자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8만2000명이다. 경제활동인구 2778만9000명(3월 통계청 조사) 가운데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는 1367만4000명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250만명)보다 9.3% 늘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가 여전히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고직과 예술인을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사각지대' 문제는 표면으로 드러났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은 긴급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일상적 해결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필연적으로 단기간의 세수투입은 불가피하나 현금지원과 같은 긴급 복지성 재정투입보다 건전하게 운용될 수 있다"며 "적용 범위와 방법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적부조 제도 개편이 우선"

고용보험 적용대상 자체를 늘리는 데 찬성하나 재정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2조9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대상 확대 등으로 고용보험료 등 수입(11조8508억원)보다 실업급여 등 지출(13조9452억원)이 많아서다. 2018년에도 808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원대에서 지난해 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고용보험 기금운용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매년 고용보험 적자 폭이 늘고 있어 제대로 된 기금 운용이 멈춘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확대는 바람직하나 재정상의 문제로 현실화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매년 기금이 줄고 있지만 근로자나 사업주에게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이슈가 고용보험의 성격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고용보험은 지원금이 아닌 보험이다. 먼저 보험료를 내야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제도 등 공적부조 방안이 있다"며 "기존 복지체계의 수정·보완으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해야지 보험체계 확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무직자를 고용보험 터울로 편입시키면 향후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보험은 개인이 일부 금액을 납입하면서 위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삼는다"며 "이를 전 국민에게 적용하면 보험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