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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인 귀 앞 구멍에 염증 재발 최소화하려면 수술을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전이개낭종 최소절개접근법
절개 길이 1㎝ 이하로 흉터 거의 안남아
재발률 2.5%로 기존보다 3배이상 낮춰

선천적인 귀 앞 구멍에 염증 재발 최소화하려면 수술을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준호 교수(오른쪽)가 전이개낭종 최소절개접근법을 시행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귀 앞에 작은 구멍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구멍은 선천적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평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분비물이나 고름이 나오면 병원을 찾게 됩니다.

전이개낭종은 귀 앞에 생긴 구멍 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낭종 구멍에서 악취 또는 분비물이 나오거나 세균감염으로 피부가 부어오르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질환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약 4~10%, 영국과 미국에서는 약 1% 미만의 확률로 나타납니다. 국내 유병률은 2~3%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법으로는 항생제 복용과 함께 피부를 째고 고름을 빼내는 방법이 있지만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로 전이개낭종을 제거해야 합니다.

기존 전이개낭종 제거 수술은 2cm 이상 피부를 절개한 뒤 낭종 주머니를 제거하고, 주머니가 자리했던 공간을 없애기 위해 압박드레싱을 했습니다. 이 때 수술 부위가 함몰되거나 흉터가 남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전이개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의 8.1%에서 낭종이 재발했습니다.

이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준호 교수는 절개 길이를 크게 줄인 전이개낭종 제거 수술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전이개낭종 최소절개접근법은 낭종 구멍을 중심으로 1cm 이하의 절개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합니다. 현미경을 통해 전이개낭종 주머니가 손상 없이 나올 수 있는 최소범위를 계산한 뒤, 정교하게 절개해 낭종 주머니를 꺼내는 방식입니다.

절개 범위를 크게 줄인 덕분에 흉터도 거의 남지 않으며 압박드레싱 없이도 수술 후 당일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이 교수는 "얼굴에 남는 흉터를 걱정하는 환자들을 보고 절개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수술현미경을 통해 전이개낭종 주변 일부만을 절개해 낭종을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수술법은 전이개낭종과 붙어있는 귀 연골의 일부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으며 수술 당일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28개월간 전이개낭종 환자 34명(40 케이스)을 대상으로 전이개낭종 최소절개접근법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새 수술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절개 길이는 0.75cm로 기존 수술법 대비 절개 길이를 3배 가까이 줄었습니다.

특히 10세 이하 8명의 소아 환자의 평균 절개 길이는 0.56cm였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더 적은 0.35cm를 절개해 전이개낭종 제거가 가능했습니다. 또 재발률도 2.5%로 기존에 보고된 재발률 8.1%보다 3배 이상 낮았습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