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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대북전단 제한?… "표현자유 침해" "주민안전 우선" [이슈분석]

남남 갈등으로 번지는 '대북전단'
대북전단금지법 추진에 찬반논쟁
'살포 강행·중단' 진영충돌 치달아
강원 홍천서 대북전단 80장 발견
경찰 TF 구성해 탈북민단체 수사

法으로 대북전단 제한?… "표현자유 침해" "주민안전 우선" [이슈분석]
접경지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23일 대북전단 살포 전면 중단과 북한의 대화 복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法으로 대북전단 제한?… "표현자유 침해" "주민안전 우선" [이슈분석]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뉴스1
대북전단 논란이 남남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엄정한 조치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탈북민단체가 기습 살포를 강행하고 나섰다. 이를 비난하는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대북전단 논란이 진영 충돌로 치닫는 형국이다.법조계에서도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강행"vs."중단" 맞불시위

2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천군 서면 마곡리에서 대북전단이 발견됐다는 주민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날 기습 살포한 대북전단으로 보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1일 통일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단체다. 현재 홍천에서 80여장의 대북전단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밤 11시께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형애드벌룬 20개를 동원해 북한에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고 밝혔다.

대형애드벌룬에는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진짜 용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대북전단은 남풍을 타고 북으로 잘 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진위 파악에 나섰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단을 살포할 당시 남동풍이 불어 대북전단 꾸러미를 매단 애드벌룬은 북서쪽인 북한의 개성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파주와 70km 떨어진 홍천에서 살포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집회도 열렸다.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접경지역 12개 협의회 자문위원 30여명은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북 전단 살포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을 위반하는 적대행위"라며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 중이다. 앞서 지난 11일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등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관련,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중대한 사안이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관련돼 있어, 수사를 면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헌적 발상"vs"안전 위해 필요"

법조계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 전단 살포를 법으로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대북전단 대응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률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를 근거로 삼는 모양"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데 경제협력과 교류를 위한 법을 근거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목적이나 의도를 정해 놓고 그것에 적당한 법률조항을 끌어와 쓰는 것"이라며 "국가가 그렇게 법을 쓰기 시작하면 국민은 법을 살피지 않고 집권하고 있는 정권의 성격을 살피고 그 정책을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도 "국민의 생명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등 예외적인 경우 국가가 이를 일정 부분 제한 할 수는 있겠지만 법률로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실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적 법률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대북전단 살포는 행위의 정당성을 논하기 이전에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결부된 만큼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행위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 관련 법률을 제정해 전단살포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