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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공연을 조명하다,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 8일 개막

일상~근현대사, 전통연극~3D 기술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 실험 통해 무대화 가능성 확인

미완의 공연을 조명하다,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 8일 개막
2019서치라이트(쇼케이스-삼고무)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됐던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선보인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 단계부터 무대화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모든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올해 ‘서치라이트’는 지난 1월 진행한 공모를 통해 접수된 95편의 작품 중 쇼케이스 4편, 리서치 2편, 렉처 퍼포먼스 1편 등 최종 7편을 선정했다. 여기에 극장이 기획한 낭독공연 1편을 추가해 총 8편을 선보인다.

올해 ‘서치라이트’의 첫 번째 작품 낭독공연 ‘기계장치의 신’(작 김상훈, 연출 이철희, 코너스톤, 8일)은 남산예술센터의 상시 희곡 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에서 발굴된 작품으로, 신예 작가 김상훈의 첫 장편 희곡이다. 20대 작가의 불안으로 시작된 극은 8세 아이, 50대 부모님, 70대 노인의 젊은 시절, 부시맨 가족, 아리스토텔레스 등 시공간을 옮겨 다니며 다양한 집단의 시선으로 인간의 실존과 불안을 담아낸다.

두 번째 작품은 쇼케이스 ‘@GODBLOG(갓블로그)’(원작 재닛 윈터슨, 공동 재구성, 연출 박현지, 그린피그, 9일)다. 신이 블로그를 쓴다는 설정으로 성경의 창세기를 고쳐 쓴 동명의 소설 ‘God Blog’(재닛 윈터슨 작)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사는 신이라면 어떻게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재구성한다. 세대 차이, 노동, 청년 등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이어 온 박현지가 연출을 맡는다.

쇼케이스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작·연출 김풍년, 작당모의, 10일)는 2019- 2020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NEWStage’에 선정된 김풍년 작/연출가의 작품으로, 동전이 모자라 자판기 커피를 먹을 수 없어 절망했던 작가의 경험에 판타지를 섞어 극화했다.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이 대적한 하얼빈역과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거쳐 자판기 내부를 통과하는 환상적인 여정을 통해 ‘대체할 수 없는 커피 한 잔’에 담긴 우주대서사시를 무대 위에 펼친다.

리서치 ‘미래 기념비 탐사대’(공동창작, 창작그룹 MOIZ, 11일)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모인 창작그룹 MOIZ의 ‘구 광주적십자병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980년이 아닌, 1993년부터 2020년까지 광주에 살고 있는 그들이 마주한 5·18에 관해 관객과 함께 공개 토론하고, 극적 환상의 힘을 빌려 토론의 공연화를 시도한다.

쇼케이스 ‘귀쫑긋 소셜클럽’(공동창작, BLANK LAB, 15일)은 가상현실(VR) 콘텐츠가 발달하며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3차원 오디오 믹싱(VR Audio Spatializer Mixing) 기술을 활용해 남산예술센터 극장을 소리로 경험해보는 작품이다. 2019 삼일로창고극장 ‘랩(LAB)’을 통해 ‘3D 사운드 기술을 통한 극장실험’을 발표하며 창단한 창작집단 BLANK LAB이 기획하고 제작했다.

리서치 ‘백 년 만의 초대: ’의붓자식‘, ’두 애인‘’(작 김명순, 연출 윤사비나, 문화다방이상한앨리스, 16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근대 문학 작가이자 극작가인 김명순의 삶을 조명해 그의 두 희곡 ‘의붓자식’과 ‘두 애인’을 무대화하기 위한 작업 과정을 담는다. 연극, 무용, 전시, 음악 분야에서 연출, 극작가, 배우, 안무가로 활동 중인 윤사비나가 연출을 맡는다.

리서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작·연출 원지영, 원의 안과 밖, 17일)는 물리적으로, 주제적으로 극장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연극성을 탐구해 온 원지영이 작/연출한 작품이다. 지난 2년 간 진행한 서커스에 관한 리서치 작업으로, 리서치 내용을 공유하고 하루 동안 극장을 사용하면서 기예 장치, 빛의 도구, 무대 오브제 등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서커스를 주제로 남산예술센터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험적인 무대다.


마지막 날 소개되는 쇼케이스 ‘망할 극장’(구성·연출 강훈구, 공놀이클럽, 18일)은 2017 서치라이트에서 처음 발표한 ‘마지막 황군’의 최종 편으로, 처음 작품을 무대화했던 남산예술센터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진짜 진짜 마지막 황군’(2019)이 드라마센터의 사유화 과정과 설립자 유치진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면 이번 작업은 유치진에 의해 왜곡된 시간에 갇혀 극장 곳곳을 배회하는 유령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편 ‘서치라이트’에 참여하는 공연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을 통해 무료로 예매 가능하다. 평일 및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중학생 이상.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